작년 12월부터 였을까.

창작 공연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원래는 연극을 좋아하는 성향이나, 뮤지컬 쪽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는 연극이 더 좋기는 하다.(막귀인 영향도 있고)

하지만, 사람들이 더 미치는 게 뮤지컬이다 보니까.

도대체 무슨 매력? 마력이 있길래 뮤지컬이 더 큰 시장이 되는 것일까 궁금했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창작 뮤지컬을 찾게 됐다.

게다가 이번 1월에 창작산실에서 시작한 '창작뮤지컬 신작 릴레이 공연'.

10개의 작품 중 8개를 클리어 했다.

그리고 나머지 2개도 볼 예정.

각각 한 개씩 리뷰를 남기고 싶은데, 그 때를 기다리다가는 영영- 리뷰 따위는 없을 것 같아서

짧게 나마 한곳에 몰아서 작성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8개 중에 쓰지 못한 2개는 나머지 2개와 함께!)

 

20150104 뮤지컬 <곤, 더 버스커>

 

이제는 가물 가물했지만, 그나마 기억을 끄집어 내서 이야기 하자면...

음악은 좋았던 것 같다.

김신의라는 배우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 스타>에서 보긴 했는데...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

이 공연에서는 참 매력적이었던 듯.

하지만.... (블로그니까 솔직히 표현해도 될까? 예전에 블로그에 격한 리뷰를 한번 올리고 방명록에 온갖 멸시를 받은 경험 이후에 솔직함에 약간의 두려움이 생긴다) 뭐랄까.

그냥 몽니 콘서트를 보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랄까.

결국 문제는 스토리라는 것이다.

스토리가 허술하니까... 그 좋은 음악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배우는 캐릭터가 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신이 되어서 연기를 할 뿐인 거고.

그리고 이후에 연강홀에 공연을 올린다고 하는데...

이게 그렇게 큰 규모의 공연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버스킹이라는 게 무엇인가.

그냥 길거리 공연이다.

그 길거리 공연을 소재로 하면서 극장 규모를 키워서 방송국 이야기를 무리하게 집어 넣으니까.... 매력이 덜 하다. 오히려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집약시키고 소극장에서 긴밀하게 관객과 호흡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코드들도 많기는 했으나 조금더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웠으면 했던 작품이었다.

 

20150122 뮤지컬 <파리넬리>

 

나에게는 살리에르 증후군이 있다. 약간의 재능은 있으나 모차르트 같은 천재성이 없는. 그래서 항상 모차르트를 질투하는... 살리에르. 그래서 언제나 살리에르들의 이야기는 나를 슬프게 만든다. 가슴 아프게 만든다.

파리넬리를 보고 살리에르를 이야기하는 건,

첫째, 뮤지컬 <살리에르>를 만든 HJ컬쳐스(?)의 작품이라는 것.

둘째, 파리넬리의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서브 스토리로 있었던 또 다른 살리에르 '리카르도'의 이야기 때문에.

(이야기라는 단어 엄청 많이 들어가는 구만.)

원래는 파리넬리 역으로 고유진 배우(이 사람은 배우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익숙하지 않다)의 공연을 보려고 했는데, 주위의 극구 반대.

결국 루이스 초이의 공연을 보게 됐는데...

나는 이 사람이 그렇게 유명한 카운터테너인지 몰랐다.

결론만 말하자면....

첫째... 정말 한국 창작 뮤지컬의 성장을 엄청나게 느꼈다. <프랑켄슈타인>때도 그랬지만... 해외 라이선스 공연이라 해도 믿을 만큼의 퀄리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비가 충분치 않아 무대도 좀 약하고(내 눈에는 나쁘지는 않았음. <모차르트>도 무대는 텅 빈 것 처럼 느껴졌었는데 뭐.) 의상은 <살리에르> 때 재탕이라고 하지만(<살리에르>도 봤지만 나는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음. 개취로 의상은 참 좋았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컨텐츠가 될 만한 느낌이랄까. (여기서 사족을 달자면 <살리에르>는 그닥이었음)

둘째, 루이스 초이의 '울게하소서'는 정말 최고였음. 나는 클래식이라던지 성악을 잘 모르는데... 아... 파리넬리가 음악을 할때는... 정말 천상의 목소리ㅠㅠㅠㅠ 정말 멋있었다. 하.지.만!!!!!!!!!!! 이건 뮤지컬이잖아요. 솔직히 조금 혼란스러웠다. 뮤지컬 발성과 성악 발성이 다르다보니까... 뮤지컬처럼 질러줘야할 음악도 성악처럼 부르니까... 뭐랄까. 조금 답답했다. 이 두가지가 양립할 수는 없는 걸까... 아쉽고 고민이 됐다.

셋째, 아까도 언급했던 파리넬리의 형, 리카르도. 파리넬리의 그림자. 헨델을 넘어서지 못한... 리카르도. 주인공은 파리넬리인데... 난 왜 리카르도가 자꾸 눈에 밟히냐. 이준혁 배우가... 노래를 잘 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까지 잘 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좀 약하게도 느껴졌지만... 폭발해줘야 할 때 폭발해주는 카리스마. 아... 참 좋더라.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좀더 리카르도를 살려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핫!

5월인가에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올린다는데... 조금더 정돈된 모습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50124 뮤지컬 <주홍글씨>

 

'죽도록 달린다'라는 극단이 있단다. 그 극단에서는 <왕세자 실종 사건> <호야> 등등의 작품을 올렸었다. 보지는 못했는데... 호평은 익히 들었었다. 그 극단이 만든 <주홍글씨> 그리고,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

오픈한지 얼마 안 되서 매진, 매진, 매진. 이 작품이 이렇게 빨리 매진이 될지는 몰랐다. 못 보는 줄 알았다가, 한 두자리 난 걸 보고 급 예매. 공연을 보러 갔다.

그 전에 기사에서도 무지하게 많은 배우들이 나온다고 하고, 본 사람들이 객석에서 막 연기한다는 얘기도 하고... 기대가 많이 됐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슨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배우들이 매력적이게 느껴지지 않았다. 프로필을 찾아보니 꽤나 큰 작품들을 많이 한 배우들이었는데... 왜 이렇게 부족하게만 느껴졌는지...

그럼에도불구하고 박은석 배우는 꽤 괜찮았음. 누군가가 박은석 배우의 <드라큘라>를 보고 괜찮다고 했었는데... 앞으로 그가 나오는 작품은 그를 믿고 한번 보고 싶은 정도다.

주홍글씨의 원안이야 워낙 유명하니까... 이야기는 탄탄했던 것 같고... 그리고 객석에서 배우들이 돌을 던지거나 하는 연출도 꽤 좋았고... 음악은... 음악은... 떼창들은 나쁘지 않았다. 여배우한테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 인데... 정말 노래 잘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가 한다면 한번 보고 싶다. 이 작품은 여 배우가 매력적이어야 함.

 

20150128 뮤지컬 <가야십이지곡>

 

하아-. 이 작품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난다. 아무리 공연이 개취고 호불호의 문제라지만. 나는 솔직히 고백하건데... 20분만에 나오고 싶었다. (훗날 들어보니, 이 작품을 괜찮다고 말하는 관계자가 많았다.) 학생 공연 같았다.

산으로 가는 스토리도, 이해할 수 없는 연출도. 하필이면 고장나서 공사장 드릴 소리를 내고 있는 무빙도, 그리고 어느 한 분의 용납할 수 없는 연기도. (훗날 충격을 받은데... 용납할 수없는 연기를 펼치신 분이... 내가 모 학교 공연을 봤을 때 꽤나 인상 깊게 본 분이었다)

모든 게 힘들었던 공연이었다.

그나마, 몇 개의 넘버가 좋아서....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근데 그래도...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게 느껴지잖아.

아!!! 그래도 2.... 최재림 배우... 노래 참 잘하시더라... 그리고 니문 역을 맡은 고은성이라는 배우.

하.... 이 배우가 있어서... 그래도 나 숨쉬고 이 공연을 봤던 거 같다. 연기는 약간...미흡하긴 하나마.. 비주얼이 참 마음에 들었다.  비주얼 갑갑갑!

귀여웠다. 우륵과 니문이...소율의 관계에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 텐데... 왜왜왜왜! 사다함의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꿰어넣어서.....답답하다. 답답해.

소재도 좋았고, 음악도 좋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몸소 느끼게 해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20150203 뮤지컬 <런웨이비트>

 

하아-. 답답한 작품 두 번째. 이 작품은 지인의 초대로 보게 되었는데... 지인이... 보러 오지 말라고 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이 작품에 대한 믿음 내지는 신뢰가 떨어진 게.

아니다. 그 뿐만은 아니었다. 남자 주인공. 그 주인공을 <정글 라이프>에서 봤는데... 비주얼은 너무나 훌륭했지만... 아직 주인공 까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런웨이비트>의 주인공이란다. 흠흠흠흠흠.

지인은 웬만하면 보러 오지 말라고 하지... 만족스럽지 않은 배우가 주인공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창작뮤지컬 신작 릴레이는 빼먹지 말고 다 보자라는 마음으로 갔는데.... 흠흠흠흠흠.

재기발랄하고 위트있고, 톡톡 튀는 느낌은 있었으나... 뭔가 충족이 안된다.

지인의 표현으로는 고퀄 병맛... 병맛 맞다. 그리고 나는 병맛을 좋아한다. 근데.... 안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처음에는 한 배우만 너무 노래를 불러대서... 이게 모노 극인지 뭐인지.

안무랑 떼창은 좋았음. 역시 사람이 맣이 나오니까.. 멋있긴 하더라.

하지만.... 커튼콜 때 마지막 대사는.... 하악. 하학.

그건 아니지 않나. 손발이 오글오글.

아마도 <하이스쿨 뮤지컬> 같은 걸 지향 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흠흠흠흠흠흠. 그닥 큰 감흥은 없었다.

 

20150204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감정적으로는 가장 날 많이 움직였던 작품. 위에도 언급했던 나의 살리에르 증후군을 사정없이 후벼팠던 작품. 전반부까지는 미친듯이 웃고, 후반부는 미친듯이 울었던 이 작품.

이 작품을 보고 왔던 후배가 꽤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볼 수 있는 시간이 도저히 나지를 않았다. 공연을 볼 수 있는 유일한 하루. 이미 저녁 공연은 <달빛 요정과 소녀>를 예매해놓은 상황이었고, 낮공연으로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라는 작품을 봐야했는데... 일정 때문에 예매를 할 수가 없었다.

회의에 회의. 그렇게 못 보고 넘어가나 했는데 3시 55분에 끝난 회의. 극장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고민을 한다가 정말 5분 동안 미친 듯이 뛰어서 세이브. 그렇게 이 작품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야구를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이승엽도 관심이 없고, 김건덕 선수는 아예 알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더라. 일단 오프닝 신나 주시고.

넘버들을 사실... 클리셰가 가득하긴 한데... 나쁘지는 않았고. (좀 뜬금없다 생각되어 지는 넘버도 있었지만...) 일단은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노예섬 부분이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나는 그 노예섬 부분이 참 슬프더라.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 그 소외된 사람들의 외침. 그 외침이 절절하게 가슴이 팠다. 그 소외 때문에 또 상처입게 된 김건덕 선수. 이 부분이 실화인지 아닌지 참 궁금했는데... (김건덕 선수의 아버지가 참 나쁜 사람으로 나온다.) 그건 작가 겸 연출의 자전적인 이야기였다고 한다.

여하튼... 그건 극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이라고 넘어간다 치고... 일단 '살리에르'.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은 날 수 없다는... 이승엽 선수의 노래가 (김건덕을 부활 시키려는 의도였지만) 가슴이 아파서... 미칠 것만 같았다. 참... 노래 어렵게 만드셨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겟세마네' 듣는 듯.ㅋㅋㅋ 안무도 세트도 참 마음에 들었다. 다만 결론. 결론이 너무 급작스러운 해피엔딩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용서하는 게...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 (이 작품을 너무 싫다고 말했던 사람도 '신파'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 잘 될 거라'는 마지막 노래가 조금은 허망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은 작품이었다. 정말 많이 눈물 흘렸던. 내 감정을 건들인. 그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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