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면 굉장히 비판이 강할 듯 싶지만, 사실 그렇게 불만족스러운 공연은 아니었다.

워낙에 소란극, 시추에이션 코미디를 좋아하는 성향도 강하고

무엇보다 배우들 연기가 진짜 죽였다.

남문철 배우님. 잘 하시는 건 알았지만 진짜 최고.

발음 조금 안 들리는 건 진짜 전혀 문제가 안 될 정도로 최고 최고 최고!

서범석 배우님. 웃음이 많긴 하셨지만 베테랑은 베레랑. 엄지 척!

긍정적인 느낌이었던 김늘메 배우도 자기 역할을 충실히!

처음보는 지일주 배우도 생각보다 훌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사라기 미키짱>을 너무 너무 너무 좋아했던.

그래서 연극은 3번을 보고, 영화는 수십번을 봤던 나에게는 자기 복제의 느낌이 조금은 강하게 들었다.

비슷 비슷 비슷.

어쩔 수 없이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고사와 료타 작가의 신작이니까.

<키사라기 미키짱>에는 어쨌든 감동이라는 게 있었는데,

솔직히 이 작품은 스릴러? 추리극의 성격이 더 더 강해서 그런지 도대체 어떻게 감동을 도출해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물론 또 다시 그.럼.에.도.불.구.하.고.

이 연극 역시 따뜻한 분위기로 갔지만.

 

문제는 결론이었다.

공연이나 영화를 보다 보면 중간 중간 내가 그 다음의 스토리를 상상하곤 한다.

(내 상상과 다를 땐 좌절하거나 절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내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는 했었다.)

하지만 이 공연은.... 내 상상이 좀더 낫다?라는 (자만심이지만) 생각이 들 정도로

마지막이 아쉬웠다.

이 정도에서 정리했으면 좋았겠다 생각한 씬이 있었는데... 너무 황당한 결말을 내고,

그리고 그 황당한 결말에 또 다시 스릴러를 입혔다.

결국은 열.린.결.말.

 

중반부까지는 전개가 키사라기랑 너무 유사했고, 마지막은 다르게 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진 느낌.

솔직히 비슷하다고 해도, 중간까지는 배우를 달리해서 이 작품을 한 번 더 보고 싶었었다.

일단 아까도 말했듯이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며,

배우들이 연기를 참 잘해서 정말 재미있었다.

웃음 포인트도 많았고.

하지만 지금은 결말 때문에 다시 보는 것을 조금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랄까.

 

하지만 일반적으로 재미가 있냐 없냐를 따진다면, 재미 있음.

이 정도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함께 호흡하고, 함께 웃으며,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많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자신이 없지만 이런 소란극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리 어쩌구 저쩌구 늘어놓아도 결국 그것이 나의 희망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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