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오늘 와인 한 병과 소주 한병을 마셔서 내가 더욱 감상적이어진 것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잠을 청한다거나 아니면, 취기에 정신이 헤롱헤롱-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멀쩡한 정신이었고, 그랬기에 밤 12시에 이 영화를 보러 간 것이다.

왜 이 영화에 대해 '감성팔이'라는 말이 나도는지 솔직히 어느 정도는 이해도 갔다.

하지만 이해를 넘어서 내 감성은 오프닝 부터 눈물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잊어서는 안 되는, 잊을 수도 없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어도 내 윗세대가 경험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적으로도 꽤나 '영리'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나 대중적으로 빠지는 부분이 없었다.

 

아버지를 떠올렸다.

우리 아버지는 53년 생이다.

극 중 황정민 처럼 6,25를 경험하지는 못했다.

휴전 이후에 태어나셨으니까.

극 중 황정민 처럼 독파 광부가 되지도 않았고 베트남에 가지도 않았다.

극 중 황정민 처럼 동생을 잃어버렸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히지도 않았고, 장남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 역시,

아들이었지만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 같은 역할을 해야 했고,

아버지가 된 이후에는 우리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우리 가정사와 멀지 않았던 것은 우리 큰 아버지 역시 월남전에 참전하셨었다.

 

가장이라는 굴레.

아버지라는 이름이 많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솔직히 내가 나의 부모를 '가난했다'라고 지칭하는 것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난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이 작품이 그저 '감성팔이'였을 지 몰라도,

가난한 시대를 살았던 가난했던 나의 부모님한테는 그것이 현실이었다고.

 

그리고 우리 나라의 뼈 아픈 역사가 절절히 가슴에 박혔다.

현재 존재하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

그 아픈 역사.

그것은 누구에게나 슬픔이었다.

울부짖으며 부모 형제를 찾던 이산 가족들.

그것은 현실이었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극 중 황정민에게 모든 시련을 주었지만,

나는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던 사람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모든 것을 경험하지는 않았어도,

그 한 장면 한 장면이 자신의 이야기와 같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그래서 이 영화가 대중성을 확보했던 것이겠지.

그저 울리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황정민 배우.

정말 연기 참 잘 하더라.

김윤진은 참 예뻤고.

작명 센스 최고.

오달수, 장영남 배우 역시 최고의 캐스팅.

 

영화는 줄곧 가슴 아픈 역사를 이야기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다.

대중적으로 훌륭했던 부분.

그리고 연출적으로도 오프닝도 참 좋았지만,

덕구(황정민)이 비자 만료를 앞두고 영자(김윤진)에게 같이 가자고 하고,

그 것을 거절한 영자가 뒤돌아서 울던 장면.

정말 참 좋았다.

그 때 영자의 눈물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더라며, 조금은 감동의 파장이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 영자가 덕구를 찾아와 뺨을 때리는 장면은 매우 위트있었고.

마지막에 모든 가족이 행복하게 웃고 있을 때,

홀로 울던 덕구의 모습.

솔직히 너무 슬펐다.

 

할아버지 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하는 가족들.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보여서 더더욱 가슴이 아팠던 것 같다.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가는 그 연결고리도 매우 자연스러웠고,

그리고 무엇보다 오프닝과 엔딩 씬도 참 좋았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나는 이 작품이 좋았다.

참- 좋았다.

그리고 아주 많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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