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는 사실 연극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박해일이 출연했을 당시, 이 연극이 너무나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그래서 영화화가 된다고 했을 때부터 조금은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이래 저래 영화를 보지 못하고 겨우 겨우 막차를 타게 됐다.

<명량>에 밀려서, <해적>에 밀려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그라든....

봉준호 감독이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한 이 작품.

사실... 영화를 보기 전, 너무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최근 기분이 꿀꿀해서 그런지...

그렇게 기대를 했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안 땡긴 이유이기도 했다.

왠지, 우울한 건 보고 싶지 않아.

게다가... 살짝 고백하건데 우연치 않은 계기로... 시나리오를 먼저 읽게 된 이유도 있고.

 

하.지.만.

그래도 볼 건 봐야한다는 생각에 홀로 찾은 영화관.

영화를 볼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같이 볼 사람은 없고.

그날 한 다섯명의 지인으로 부터 거절을 당하고 .... 결국은 혼자 영화관을 찾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생각만큼 잔인하지도 않았고, 생가보다 그로테스크하지 않았다.

원래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나에게는 딱 적당한 정도.

 

싫어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박유천은 생각보다 잘 해주었고...

<도둑들> 이후 너무너무 섹시(?)하다고 느낀 김윤석 님은 '역시나' 엄치 척.

솔직히 김윤석 님이 맡은 선장 역할은... 뭐랄까....

'선'의 입장에 서 있는 박유천 역할의 캐릭터 보다 매력적이었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에 대한 그 무서운 신념.

잘못된 신념인지 알면서도... 그냥 '배'에 갖는 그 신념이... 뭐랄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레미제라블의 자베르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고.

단순히 광인, 악인이라고 말하기에는... 그가 원하고 바랐던 게 무엇인지를 알기에 쉽사리 그를 비난'만'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원래도 좋아했던 한예리 배우.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사실은 적은 비중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녀가 여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이 좋다.

그녀가 좀더 인정받고, 좀더 많은 작품에서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문성근, 김상호 배우.

원래도 잘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 연기 잘하신다.

 

그리고.... 이희준.

아... 이희준 배우님...

사...사...사... 좋아합니다.

정말 비열한... 정말 여자만 밝히는 캐릭터였지만...

나는 이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을 뽑으라면 김윤석 님과 이희준 배우를 뽑을 것 같다.

두 배우가 맡은 캐릭터의 공통점은 욕망이다.

김윤석은 '배'에 갖고 있는 욕망. 그리고 신념.

이희준은 '성'에 갖고 있는 욕망. 그리고 쾌락.

다르지만 결국은 하나로 통일 되는... 그 두 사람을 욕망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두 배우가 연기를 참 잘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해무>라는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원텍스트가 정말 좋다라는 생각을 했고,

영화는 모자람 없이 그것을 잘 표현해줬다.

다만 시기가 좋지 않아, 혹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동조 받지 못해

흥행 성적이 저조했을 뿐.

나는 <해무>가 그래도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산업 속에 이런 영화도 있어야 하는 거니까.

 

벌써 IPTV로 볼 수 있다는 게 조금 속이 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막차를 타고 영화관에서 <해무>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다시 연극이 올라와서 무대에서 <해무>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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