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너무 위대하는 바라보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국립극단의 작품을 무작정 신뢰하는 것인가.
아니다.
전에 보았던 국립극단의 <노래하는 샤일록>은 이토록 좋지는 않았다.
정의신을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손꼽아 왔지만 <노래하는 샤일록>에 있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하지만 <템페스트>는 다르다.
좋았다.
정말, 좋았다.
함께 본 벗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좋았다.

우선 나는 <템페스트>라는 작품이 뭔지도 몰랐다.
셰익스피어의 4대 희곡, 비극은 알아도...(제대로 아는 거 맞나? 아... 잘 모르나보다. 기억이... 가물 가물.
셰익스피어 4대 비극 -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 5대 희극 -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한 여름밤의 꿈,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여하튼, <템페스트>는 처음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왠지 있어보이는 제목 이름과 포스터에 떡하니 있는 오영수 배우의 포스 있는 사진.
(오영수 배우를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년의 배우가 중심에 등장하는 공연에는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간다.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그래서 상세페이지를 보니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이란다.
오달수 배우도 나온단다. 
국립극단 작품이란다. 
아하. 요것보라. 함 봐야지... 뭐 이렇게 된 건데.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우선 고전을 어렵지 않게 연출한 것!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고 하니...
왠지 어려울 것 같았는데...의상도 그렇고 연출도 그렇고 굉장히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배가 풍랑을 만난 장면은 세월호 때문에 조금 마음이 아팠다.
너무 끔찍한 현실 때문에 그 풍자에서 웃음을 보이기가 어려웠다)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했고, 그 권선징악과 용서라는 구조도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걸 생각했을 때...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해야 하나.
코믹적인 부분들도 많이 있었고.

아! 쓰다보니 생각났는데.. 정령이나 마법을 코러스를 활용해 표현한 부분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좋았다.
그냥 작업복 같은 걸 입고 있었지만... 그들의 몸짓, 노래, 그리고 악기 연주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는 정령이 정말 훌륭하다고 느껴졌다.
아- 나는 이런 부분들이 너무 좋다.
그리고 뜬금포처럼 터져 나오는 축하송들도 그렇고.

공연을 보고 나서 역시나 희곡이 읽고 싶어져서 한참을 찾아봤다.
대본을 구해놓기는 했으나...
아직 깊게 읽지는 못해서...
조만간 시간을 내서 한번 정독해야 겠다.

위에도 약간 언급했지만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노년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너무 멋있다.
무대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 그리고 오달수 배우도 정말 멋지셨음.
웃음 포인트를 확실하게 담당.
자연스러운 연기 훌륭하심.
그리고 황정민 배우 역시. 우리의 정민 배우님도 큰 역할과 작은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무대에 서시는 모습이 너무 좋다.

좋은 배우들을 오랫동안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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