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매체를 통해서 DJ DOC의 음악들로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든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남자 여자에게 즉석 만남이 가능하게 하는 부킹석을 만든 공연이 있다는 뉴스도 봤다. 그리고 아는 동생이 <스트릿 라이프> 초대표를 준다기에 무슨 공연인지도 모르고 덥석 을 외치고 찾아보니 그 모든 게 같은 공연이었다.

 

사실 주크박스 뮤지컬에 대한 큰 기대는 없으나, (<올슉업>은 재밌게 보기는 했으나, 사실 국내의 노래를 가지고 만들었다가 피를 본 창작 뮤지컬 <매직카펫라이드>를 기억하고 있어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사실 <광화문 연가>는 안 봤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은 없지만) DJ DOC의 음악에 대한 약간의 믿음이 있었다. 평상시 즐겨 듣지는 않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또 살짝 궁금하기도 했다. 거의 힙합인 그들의 음악을 어떻게 공연으로 녹여냈을까.

 

나이트클럽에서 일을 하던 세 남자가 클럽에서 음악을 하고 되고, 연예 기획자에게 발탁되어 메이저에 데뷔를 하게 되지만 결국, 상업적인 이익만 당하고 나온 뒤 다시 스스로의 힘으로 재기한다는, 3줄로 설명되는 줄거리. 거기에 조금 덧붙이자면, 사랑 이야기 조금 나와주시고, 가족 이야기 살짝 나와주시고.

 

솔직히 뮤지컬에 그리 큰 스토리텔링을 기대하는 바는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서 너무 식상했다. 물론 노래들과는 아주 잘 맞아 떨어졌지만, 그래도. 이 허전하고 아쉬운 스토리를 어떻게 이야기해야할런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저 이야기가 정말 DJ DOC의 실화일까 (아마 일정 부분은 그런 걸로 알고 뮤지컬을 봤었다. 당시에) 하는 궁금증으로 호기심이 일기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무대는 아주 마음에 들었으나 이야기와 이야기가 연결되는 부분들에 있어서는 흐름이 딱딱 끊기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음악이 워낙 좋고, 배우들의 춤사위(?)가 너무나 현란하고 훌륭해 보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꽂히는 배우 한 명 발견! 리더의 여자친구를 짝사항하는 걸로 힘들어하는 수창 역할의 정원영! 진짜 춤을 출 때 그 몸짓도 매력적이지만 표정이 너무 좋다. 익살꾼 같으면서도 그 환하게 웃을 때의 미소. 솔직히 내 시선은 무조건 그분을 따라! 이렇게 마음에 드는 배우를 발견하면, .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되니까.

 

하지만 좋아하는 배우로도 감출 수 없는 아쉬움. 리더 어머니의 죽음. 위에서도 언급했듯 너무 식상한 갈등 구조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어디서든 가장 손쉽게 사용되는 도구라는 사실이 사실 보는 이로 하여금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그래서 관객은 슬프지 않은데 배우들만 무대에서 미친듯이 슬퍼하는 그런 장면이 탄생하는 것이다. 특히나 무대 뒤편에서 살풀이(?), 승무(?)를 추는 사람이 등장했을 때는 솔직히 정말 놀랐다. 그게 나올 분위기도 아니며, 의미도 아닌데. 그걸 통해서 무얼 말해주고 싶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 방식대로의 추모에서 멈추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극 전체와 어우러지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거부감을 줄 정도.

 

별로 공연을 많이 보지 않는 정말 일반 대중인 친구와 함께 했는데, 그 친구는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아는 노래들이 많았기 때문에,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서 보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정말 콘서트장 처럼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함께 뛰며 노래하는 것도 신났다고 하고. 나만큼이나 황당해하거나 어이없어하지는 않았기에, 한편으로는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전히 그 장면은 이건 아니잖아.”이다.

 

그저, 앞으로는 정원영에 주목하고 싶다는 생각뿐.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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