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슬펐다. 시라노가 이렇게 슬픈 스토리인지 몰랐다.
그냥 대필 편지 소동 정도로 생각했는데 뭐가 이리 슬픈 거야.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이런 느낌 아니었잖아요.

사랑에 대한 관점이 딱 내 취향 저격이었다. 내가 완전 좋아하는 스토리 및 관계. 막판에 눈물이 좀 흘렀다.

배우들의 합도 좋았고. 물론 개개인의 역량 중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었으나 처음부터 연극이라고 말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 가능하긴 했다. 배우들 모두 몸도 잘 쓰고. 배우 고생이 이정도면 매력적인데 어제 공연(세일즈맨의 죽음-의도 및 의미는 알겠는데 과연 누굴 위하여)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배역들이 각자 소개 하고 거기서 막 연극이라고 말하고... 재미 있어 보이긴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워낙 칭찬을 해서 나름 기대치가 높았었다. 초반에는 다른 사람들이 극찬할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하듯 공연도 끝까지 봐야 한다.

시라노랑 크리스티앙이랑 록산느랑 달밤에 이야기 하는 장면부터 힘 받기 시작하더니... 조명, 무대, 연출, 음악, 음향.... 어쩜 그렇게 기깔(?)나게 했는지... 나무에 조명 들어온 거 예뻤다. 대사들도 ㅋ 조금 오글거기린 해도 매력있었고.

록산느 캐릭터 참 잘 만들어 놓은 듯 하다.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 전쟁터 안 보낼려고, 자기를 사랑하는 다른 남자 마음 이용하는 것도 나쁜 년보다는 멋있는 년으로 보였고, 특히나 편지 때문에 전쟁터로 찾아 오는 장면. 아- 여기 연출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음. 리드미컬하면서도 역동적이고... 유머와 위트까지 겸비해서 매우 좋았다. 록산느 캐릭터는 더더욱 멋있었고.

남자들이 좀 나쁜 역도 있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나쁜 놈이 한 놈도 없어. 비현실적인데 나는 이런 게 좋다고.
나의 로망. 변치 않는 사랑. 목이 아프도록 한 사람만 바라보는 사랑. 아아아- 다시 한번 취향 저격.

전쟁통 연출도 참 좋았음. 살짝 이해 안 가는 장면도 있긴 했는데...(록산느가 죽은 크리스티앙에게 갈 때 폭탄 소리 나고 정지 화면 되고... 조명 멋있음... 그 다음에 시라노가 뛰기 시작하는데... 뛰는 장면 연기 잘하심.) 앞뒤 시간 순 살짝 바꾼 연출인 건지, 살짝 헷갈렸다.

아- 라이브 연주 하고 극중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 것도 굿굿굿.

전체적으로는 스토리가 좋았지만 연극과 연출적으로도 재기 발랄함이란 게 이런 게 아닌가 싶었다. 가슴이 콩닥 콩닥 뛰다가 눈물이 살며시 고이는 게 참 좋은 무대를 보고 왔다는 생각이 드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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