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일...

그 오래 전 기억을 끄집어 내봅니다.

일기장에 쓴 글이라... 굉장히 낯 부끄러운...

손발이 오글거리는 글이군요.

 

 

 

난 왜 ‘감정’이라는 것을 신뢰 하지 못하는가.

오래간만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를 봤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했다.

버스트를 타고 돌아오는 길...

저녁을 맛있게 먹었고 먹고 난 후 배고픔을 느낄 정도로 소화에 아무 이상을 느끼지 못했는데... 속이 거북하기 시작했다.

구역질이 날 것 같고, 답답하고 메슥거렸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그런데 나는 또 그 상황에서 나의 눈물을 의심한다.

이런 나.

이런 나.

영화를 보고 우는 것에서조차 난 왜 내 감정을 의심해야 하는가.

신파조의 영화를 보고 울었다면...

그랬더라면 나는 내 눈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신파조의 멜로물이 아니다.

핏빛 사랑.

그래서 해피엔딩이지만 새드 엔딩.

결국에는 비극일 수밖에 없는.

그 이름 조차 나오지 않았던 소녀의 아빠로 지칭된 그 아저씨의 얼굴이 자꾸만 눈 앞에 아른 거렸다.

소녀를 위해 살인을 하러 나가면서 소녀에게 오늘밤은 소년을 만나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아저씨의 그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소녀와 자신의 거주지를 아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인 현장을 들켰을 때 자신의 얼굴에 염산을 뿌린 그 아저씨가.

그 흉한 얼굴이 하나도 흉하지 않았다.

한 없이 안쓰럽고 또 안쓰러워서... 결국 소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떠난 그 아저씨의 마지막 모습이...

나를 한 없이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게 먼 훗날 ‘오스카’의 모습이 될 것을 알기에...

마지막에 그들이 함께 있는 모습에도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사.

랑.

사.

랑.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난 꼭 그 감정을 의심하게 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일까.

이 영화가 너무 좋았지만 이내 내 머리 속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올해 최고의 영활 뽑았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난 왜 내 감정을 신뢰하지 못하는가

 

나는 무섭다. 내 것이 아닌 게.

내 것을 내가 콘트롤 할 수 없는 것이.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다.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그 형체 없음이, 그 예측 불가능함이 날 두렵게 만든다.

그래서 난... 감정을 믿지 못한다.

이런 내가 싫은데... 그게 어쩔 수 없는 나.

 

과연 사랑이란 게 무엇일까.

난 어떤 사랑을 꿈꾸고 있는가.

사랑.

운명.

아직은 버리고 싶지 않다.

아직은.

 

P.s

영화를 보며, 아니 보고난 후에 생각했다.

누군가와 함께 이 감정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의 눈을 바라보고...

저 사랑은 비극이라고,

저런 사랑은 해서는 안 된다고,

저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하지만... 저렇게 사랑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사랑,

그래서 더더욱 해보고픈 사랑.

한 없이 특별한, 한 없이 평범한 그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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