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있음

나는 다시 공연을 봐야 한다.
나는 다시 글을 써야 한다.

근데, 이 리뷰의 제목을 뭐라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공연을 잊어버리고,
글을 잃어버리고.



오래전부터 꽤나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아마 연극열전 라인업일 때부터?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정확히 무슨 이야기인지는 몰랐다.
보고 싶은 건 왠만하면 리뷰나 감상평도 삼가자는 마음으로 공연 종료 마지막 주...
막차에 올라탔다.

본격적인 공연 얘기에 앞서....
월요일 할인으로 4만원 정가에서 35%할인을 받고자 했는데ㅠ 할인 권종 선택을 잘못하여 차액 지불.
아ㅠㅠㅠ 이런 경우 처음이었는데 처음에는 그 차액 14,000원이 어찌나 아깝던지ㅠ 티켓박스에서 컴플레인 하는 사람들 조금은 심적으로 이해는 갔으나.... 쿨....쿨...쿨하게 원칙은 원칙이다 차액을 지불했다. 나름 업계에 종사한다는 사람이 이런 거에 약해지는 모습에 스스로에게 약간의 실망감을 느끼며...

결론적으로는 4만원이 아깝지 않더라.
3시간이라는 왠만한 대형 뮤지컬 못지 않은 러닝타임에 조금은 후덜덜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2.
참 좋은 공연이었다.

최근 너무 오랫동안 공연을 안 보고, 글을 안 쓴 관계로 솔직히 내가 어떤 감정이었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은 모르겠는데... 그냥 '좋았다'.

솔직히 1막은 좀 길기도 길었고, 1958년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좀 올드하고 과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부정하는 남자와 다가오는 남자. 둘이 어쩌지를 못하고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울부짖을 때는.... 그게 애절한 게 아니라 뭐랄까, 오히려 익숙해서 오글거리는 느낌. 클리셰 가득한 느낌이랄까. 그러다 이어지는 강제 배드신에서는..... 뭐랄까. 여하튼 1막은 약간 갸우뚱이었는데.... 지금 글을 쓰면서 정리해보니 1958년이니까.... 그러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2막은 참 좋았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1막에서 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납득이 가는 거 같다. 1958년의 실비아... 참 가슴이 아팠지만 그래도 멋있는 캐릭터였다는 생각이 들고, 2015년의 실비아는 대놓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고. 현재의 실비아가 게이 친구를 둔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헐리우드 영화나 미드 예시 들 때 왜 나 혼자 빵 터졌지.

그리고 확실히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되는 거 참 좋았다. 첨에는 정말 너무 드라마 같은, 극적인 스토리 아니야 하는 생각을 했는데... 보면 볼 수록 참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내가 그 세계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퀴어 애즈 포크를 몇번이고 돌려보며(그 역시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 세계를 그나마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와 현재에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과거의 필립이 병원에 갔을 때 깜짝 놀랐음!ㅠ), 그리고 결국 그들이 하고 싶은 말, '사랑' '이야기' '침묵' '역사' 등의 단어들.

너에게... 나에게 '닿는다'는 표현 참 좋았다.

대사들이 참 좋았던 연극이었다. 주고 받는 것도 좋고,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 주제는 못되지만 문학성도 있고.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들을 돌려가면서 말하는 공연들을 종종 봐왔는데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이 공연이 참 마음에 들었다.

대본을 구할 수 있다면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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