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를 본 후,
우리나라의 현대사 혹은 실화나 실제 배경을 다룬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1987>.
<1987>는 개봉 당시부터 꾸준히 보고 싶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 영화였다.
나는 가끔 역사에 무심한, 그리고 정치에 무관심한 내가 싫다.
하지만 그것을 알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그저 눈 감는 쪽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슬퍼하고 분노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나를 견디는 게 조금은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1987>은 보고 싶었지만, 보고 싶지 않은, 보기 힘든 영화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 나를 미치게 하는 사건들이 있는데,
1970년 전태일 열사 분신, 1980년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이나 1987 6.10 민주 항쟁 같은 것들.
내가 역사를 파는 성격은 아니지만, 관련한 콘텐츠를 볼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팠었다.
<1987>은 우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이한열 열사 사건과 관련된
일련의 인간군상과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지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솔직히 말하면 고문을 했던 안기부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다룬 부분이 좀 신박(?)했는데
감상을 다 하고 리뷰나 평을 찾아봤더니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도 좀 있었던 듯 싶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가 비판하는 그들을 ‘원칙주의자’로 그림으로써 미화했다는 평가에는 크게 동조하지 않았다.
누가 본들 그들을 미화할 수 있겠는가.
그 영화를 보고 그들을 이해하거나 그들의 삶에 동조한다 말한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 아닐까.
물론 언론인, 교도소상, 검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나올 수 있다.
나중에 실존 인물과 등장 캐릭터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도 살펴보긴 했는데...
왈가왈부 말이 많더라는 것.
동아일보의 자화자찬이라던지 아니면 부검을 밀어부친 검사에 대한 평가라던지.
근데 나는 나름 나쁘지 않게 본 게 검찰-하정우 역할-이 끝끝내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영웅으로 나왔더라면
그 비판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초반에 분위기만 끌어주고... 이후에 안 나오더라는 것.
그래서 영화적으로는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배우는 엄청 빠방하게 캐스팅해놓고 모든 인물들이 다 치고 빠지더라는 거.
솔직히 너무 곁가지가 많은 게 아닌가 이게 하나로 모아지긴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했지만
그래서 좀더 나에게는 매력이 있었더 거 같다.
완벽하게 좋은 건 아닌데 애매모호하게 좋은 느낌이랄까.
여하튼 영화는 어쩔 수 없이 픽션이 가미될 수밖에 없고,
영화를 통하여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논란인 줄도 몰랐으나 나중에 나무 위키를 보니
‘비판 항목’에 있던 여자 캐릭터의 부재 역시 비슷하면서도 다른 맥락으로 나는 괜찮았다.
김태리가 맡은 캐릭터를 보면서, 나 역시 처음에는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김태리라는 배우를 저런 캐릭터로밖에 활용할 수 없는 걸까.
하지만... 나중에 이 흐름 안에서는 ‘나름’ 적절했다고 결론 내렸다.
모든 이들이 전사와 투사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매사 불평 불만을 내세웠지만 그래도 삼촌(유해진 역)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던 캐릭터였다.
그리고 캐릭터라는 게 결국은 변화해야 하는 거니까.
나는 그 시대의 현실 감각을 보여주는 연희가..
하지만 삼촌을 외면하지 않는 연희가..
그리고 결국은 버스 위에 올라서 마지막을 장식한 연희가... 나쁘지 않았다.
다시 안기부 미화에 대한 비판으로 돌아가자면,
“받들겠습니다.”라는 대사와 “우리가 애국자입니까?” 이 한마디가...
뭐랄까. 화가 나면서도 슬프면서도.... 아무튼 그랬다.
진짜 시대가.... 참... 비극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그분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살고 있음이 감사하면서도,
오히려 점점 더 나쁜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서 죄스럽기도 하다.
뜬금없게 전두환 살인 계획을 다룬 웹툰 <26년>이 생각났다.
분노하고 울면서 봤는데... 그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있는데...
그걸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근데.... 뭐가 안 땡긴다.
일단, 이렇게 <1987> 감상은 마무리.
+ 강동원이 나오는 줄 몰랐었다. 여전히 잘 생기셨구나.
영화 <형사>(2005)에서도 그 비쥬얼에 허걱했는데... 여전히 대학생 역이 잘 어울리다니.
그리고 강동원이 이한열 열사 역할이었다니. (큰 정보 없이 봐서 몰랐다)
마지막 나름의 반전(?)도 꽤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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