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3. 어느날 / 서울극장
내가 이선균을 참 많이 좋아하기는 하나보다.
물론 이선균, 한 명 때문에 선택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한참 온라인 서점에 들락거렸을 때,
빼놓지 않고 들르는 페이지가 50% 반값 할인 코너였다.
그때 계속 살까 말까 고민했던 책이 있었는데 바로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였다.
사회파 추리 소설이라는 홍보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 같다.
몇 번을 고민하다가 결국 사서 읽지 않았는데,
나중에 변영주 감독이 영화화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때문에 알게 된 변영주 감독님. 사실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을 외우듯 감독님의 이름을 기억했지,
작품을 감동적으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밀애>나 <발레교습소> 등의 영화를 연출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관에서 본 것도 아니었고.
하지만 그래도 관심의 범주 안에 있는 변영주 감독의 영화와 이선균 출연.
그 두 가지 이유로 선택한 영화.
그리고 연기 변신에 성공한 김민희라는 주변의 평가들에도 조금은 관심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기대 이상의 것을 보지는 못한 것 같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모르겠다.
아니, 알고 있는데 느껴지는 것과 다르니 그 사이에서 괴리감이 발생할 수밖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이 영화는, 아니 이 소설은 사라진 약혼자를 추적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선영이 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지, 그녀를 그렇게 몰고 간 사회적 부조리나 경제적 착취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설에서 미약했던 약혼자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영화는 멜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초점 자체가 약혼녀가 사라져서 혼란스러워하는 남자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녀가 왜! 그렇게 되어야 만 했느냐가 아니라 그래서 남자가 얼마나 괴로운지… (물론 이는 내가 너무 이선균만 봐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녀 때문에 슬프고 아픈 게 아니라 그 때문에서 슬프고 아파져 버렸다.
멜로인 줄 알고 봤더라면 뭐, 그냥 그런 줄 알았을 텐데….
뭔가 좀더 있을 줄 알고 봤다가 멜로의 느낌을 받아버렸으니 조금은 당황했을 수밖에.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좋아하는 배우들이 종종 등장해서 즐거웠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희준 밖에 딱히 생각 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살짝 당황.
아무래도 이 작품 역시 소설로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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