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때문이었을까.
사실 너무나 피곤한 상태에서 공연을 보게 됐다.
내가 정말 싫어하고 용납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본 공연.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공연을 보여준 친구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넘버도, 스토리도, 인상 깊은 장면도 없다.
나의 문제였는지, 공연의 문제였는지에 대한 판단도 서지 않는다.
일단, <에비타>.
뮤지컬을 볼 당시에는 영화로 본적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영화를 본적이 있는지 없는지 확신이 없다. 에비타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영화를 본 줄 알았는데, 체 게바라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니 안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일단 체 게바라와 에비타와의 관계가 조금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공연을 보기 전에는 에비타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그린 뮤지컬일 줄 알았는데, 꽤나 비판적이고, 그녀에게 대한 판단을 관객에게 요구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 점도 뭐, 나름 매력적이라고 하자.
하지만, 솔직히 넘버들이 너무 일관성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일관성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ㅠ 이 비루한 단어 구사력.)
체 게바라 같은 경우에는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굉장히 오페라풍으로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락 스타일이 되는데…(그런 장르가 아닐 수도 있음, 이 소심함.) 그게 굉장히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
사실 배우로서는 조금 욕심이 나는 배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임병근 배우님이 체 게바라 역이었는데, 노래를 못한다는 느낌은 아니었으나 표현력이나 연기에 있어서 조금만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임팩트가 없었다.
그리고 정선아 배우님은 원래도 조금 호감이 있었는데, 최근 친구가 푹 빠지면서 나도 덩달아 더 좋아진 케이스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 건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의 아내 역할을 맡았던 것. 꽤나 인상 깊게 봤었다. 역시나 성량이나 옥타브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카리스마. 역시 배우는 무대를 압도하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정선아 배우님이 나왔을 때만, 그나마 공연장을 떠다니던 나의 넋이 제 자리를 찾았었다.
컨디션이 좋았더라면 좋은 공연으로 기억할 수 있었을까.
사실, 자신이 별로 없다.
조금은 아쉬운 그런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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