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23 / 메가박스 씨너스 센트럴점
우리 엄마 아빠는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아마 아빠는 육십 평생 영화관에 가본 횟수는 한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엄마는 그래도 내가 함께 살때는 아주, 정말 아주 가끔 함께 보러 가기는 했으나 따로 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런 엄마는 더빙이 되지 않은 외국 영화의 자막은 좀 힘들어 하신다.
그래서 가급적 외국 영화는 피하고, 한국 영화 중에서도 자알~ 골라야 한다.
너무 폭력적이어도 안 되고,
공포도 안 되고,
너무 야해도 안 되고,
너무 욕이 많이 나와도 안 되고,
너무 드럽게 웃겨도 안 되니까.
그렇게 까다로운 엄마와 봐도 좋을, 아니 보고 싶은 영화가 바로 이 <완득이>였다.
뭐, 실제로는 혼자 봤지만.
아! 그리고 이 영화 보러 갔다가 시사회에 온 소지섭을 봤다는 <완득이>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도 살짝.
아, 소지섭. 간지남이기는 하더라.
블랙 수트에 블랙 모자, 선그라스를 썼는데 완전 대박 엄청 멋있었다.
(아,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로구나. 하하.)
<완득이>는 제작 소식이 들려올 때부터 꼭 보고 싶은 영화였다.
왜냐하면 책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었다.
의도치 않게 서점에서 서서 <완득이>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 자리에서 한 권을 완독해버렸다.
멈출 수가 없어서.
그 때부터 <완득이>는 내가 참 좋아하는 소설이 되었다.
그리고 <완득이>가 연극으로 상연되었을 때, (사실 연극은 보지 못했다)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좋은 컨텐츠는 원소스멀티유즈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구나.
그래서 영화화가 된다고 했을 때도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졌다.
유아인에 대해서는 사실 호불호가 명확하게 있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사실 요즘 대세이고 매력적인 것 같기는 하여 살짝 기대감이 있었다.
예고편도 꽤나 재미있었고.
사실 김윤석 님의 연기는 뭐, 두 말하면 입이 아플 테니까.
사실 책을 읽은 지 하도 오래 돼서 세세한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영화는 꽤나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스토리도 그렇고, 배우들의 연기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는 너무 감동 모드나 교훈 모드로 흐르지 않는다.
이 부분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냥 덤덤하게, 하지만 아름답게 그려낸다.
김윤석 님의 연기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솔직히 말하면 유아인의 연기는 100%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성균관 스캔들> 등을 통해 나도 모르게 유아인의 기대치를 높게 갖고 있었나 보다.
나쁘지는 않았으나, 그 무엇, 그 이상을 보지는 못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냥 그 정도의 적당한 따뜻함이 온 몸을 감싸 안는 그런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나를 생각하고 내 주변을 생각하고 세상을 생각하고.
조금은 나도 예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을 잘 살아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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