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레슬링을 싫어한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레슬링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도,
그러던지 말던지, 이 정도의 수준이었다.
무한도전인까 보기는 하겠으나, 별로 흥미가 없다는 게 솔직한 진심.
그리고 실제적으로 지금까지 무한도전 레슬링 편은,
개.인.적으로 큰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지고 난 후, 지난 주.
무한 도전 레슬링 편이 조금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재미라는 표현보다는 흥미가 일기 시작했다.
도니의 뇌진탕.
사람들은 방송의 안전불감증에 대해서 갑을논박을 벌이며,
무한도전을 비난하거나,
애정어린 걱정을 했다.

지난 주, 무한도전을 보면서 느낀 것은,
못해도 괜찮은 게 무한도전이라는 사실이었다.
완벽주의 아닌 완벽주의 성향을 조금 가지고 있는 나에게,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신년 다이어트 내기에서 형도니가 졌더라면,
과연 형도니는 홍철이처럼 삭발을 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도 중 형도니를 가장 좋아하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 였다.

그런데 얼마전 세븐 특집에서 놀이동산에서
놀이 기구를 타는 촬영이 있었는데,
역시 형도니가 고소 공포증으로 인해서 중간에 빠지게 되었다.
이해 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솔직히 실망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지난 주, 레슬링 편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찮은이 형을 보면서,
사람에게는 각각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몫이 있는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안된다고 나쁘거나 잘 못된 건 아니라는 것.
자신이 가능한 부분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무한도전이니까.

오늘 레전드 급일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기존 내가 매겨왔던 순위권 안에 들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유는, 역시 레슬링 이니까.

하지만 보고 있는데 죽을 것만 같았다.
자꾸만 눈물이 나서.
레슬링을 싫어하는 내가 봐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걸 알면서
가슴이 조마 조마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지금까지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않을 것을 적절히 방송한 까닭일 것이다.
그리고 선수명이라고 할까,
웃음의 부분도 충분했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연예인과 도니의 고통의 교차편집에 대해
억지 감동이라며, 감동을 짜아내기 위한 의도적인 편집과 자막이
오글오글하다고 했지만,
나는 반대다.

내가 지금까지 일 순위로 생각하고 있는 레인특집의 경우에도
마지막 그 비를 헤치고 일을 했던 스테프들과 출연진들의 이야기가
나를 감동시켰다.
메이킹 필름같은 그 장면들이 나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처음으로 슬랩스틱, 몸 개그를 보면서 그냥 마음놓고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준 방송.
몸으로 웃기는 것도, 고급스럽게 웃기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말해준 방송.
그리고 스태프의 모습을 가감없이 카메라에 담아준 방송.
그래서 더 이상 스태프가 카메라에 잡혔을 때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됐던 방송.
그런 방송이 내게는 무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나는 레슬링 파이널의 편집도 좋았다.
그냥 무한도전은 그렇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무대 밖에서 울어도 무대 위에서는 웃어야만 하는
피에로의 모습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골수팬이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그 안에서 받는 감동은,
나를 웃게 만들고 울게 만든다.
그들의 열정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도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래, 이렇게 열심히 걸어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래서.
괜.찮.다.

아무리 세상이 그들을 가식이라고 말하고, 연출이라고 말하고, 방송일 뿐이라고 말해도,
엄마가 나때문에 무한도전을 보려고 해도 재미가 없어서 볼 수 없다고 말해도,
나는.
무한도전이 좋다.
그들이 좋다.
그들의 모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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