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솔직히 때때로 한국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기가 아깝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플랜맨> <수상한 그녀>가 자꾸만 눈 앞에 알짱 알짱 거리는 게... 
보고 싶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꼭 봐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은 아니고.
무조건 보려고 마음 먹은 영화나 공연은 정보를 되도록 보지 않는데...
어설프게 고민이 될 때는 리뷰나 홍보 글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급기야 유튜브로 영화 홍보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랬더니 보.고.싶.어.졌.어.

BUT. 

요즘 빈곤의 절정. 영화에 9천원이라는 돈을 쓸 수도 없고... 써서도 안 되는데....
써.버.렸다.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밤 10시 30분.
그 길에 있는 영화관이 문제라구. (라고 하지만 집에서 5분 거리인 그 영화관에서 1년 동안 딱 3작품 봤다. 그것도 오늘 영화 포함해서!)
밤 11시, 홀로 <플랜맨>을 보기 시작했다.

영화관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예고 프로그램을 봤을 때,
한지민이 부르는 노래. 음악이 (그나마) 많이 나오는 영화는 노트북이나 핸드폰 보다는 영화관이 제맛이지!

이 영화가 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재영과 한지민이었다.
워낙 좋아하는 배우 정재영과 애정 하는 여배우 중 한명인 한지민.
알람을 맞추고 계획 대로 되지 않으면 못 견디는 남자가 지저분하고 충동적으로 사는 여자를 만나 변화한다는 이야기.
사실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정재영의 로맨틱 코미디(로매틱이 맞긴 한가)를 꼭 보고 싶었다. 한지민의 노래도 듣고 싶었고. 예고편에 나오는 ‘유부남‘이라는 노래가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닥 많이 들지 않았다. 실제로도 좋지 않는 평들도 꽤 봤고.

그래도 믿고 보는 정재영이니... 그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싶어서 영화관으로 향했는데...
웃다... 울다가...... 아주.... 난리였다. 
미소와 큭큭.... 그러다 빵! 
그리곤 주룩 주룩.

생각만큼 소소 했고, 생각보다 재밌었고, 예상치 못하게 먹먹 했고, 어쩔 수 없이 슬펐다. 

초반에는 오히려 힘을 못 받는 느낌이다.
정신병원에서 상담을 받는 씬들이 뭐랄까.
굉장히 쌩뚱 맞고 잘 어우러지지 않는 느낌이랄까.
어떻게든 유기적으로 잘 엮으시겠지 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럼에도 초반엔 살짝 밋밋하다.

아! 스토리도 어떻게 보면 밋밋하다.
다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큰 사건 사고, 갈등이 없이 이어진다.
남녀 주인공의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은 너무나 익숙하고..
그 와중에 남자 주인공의 트라우마는 너무 강렬하고. 
마지막에 정말 대놓고 울리는 건데...
평상시에는 그런 거 정말 싫어하는데... 
어느새 내가 울고 있었다.

그것두 엉엉

아마 이건 정재영의 힘이 아닐까 한다.
 

정재영의 연기는 정말 최고다.
내가 이 분을 좋아하게 된 게 2002년 <킬러들의 수다> 때 부터이니...
<아는 여자>의 동치성이나 <바르게 살자>의 정도만은 진심 최고였고! 
 
<플랜맨> 속의 한정석도 진짜 진짜 진짜 최고.
 
정말 코믹한 표정 하며... 트라우마를 떠올릴 때의 그 표정도.
 
아- 정말 대단하다 .

한지민도 생각보다는 잘 해주었지만... 애정하다보니.. 자꾸 기대치가 높아진다.
좀더- 좀더-를 요구하게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지금 이 순간...
나의 절절한 외로움을 위로해주었기 때문에.
개나 소나 다 외롭다는 그 말.

트라우마도 중요하고, 서로 다른 사람이 맞춰가고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능하다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었다.
함께 하기에 변할 수 있다는 거.
변해야만 하는 것은 외로움.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괜찮은 척 해도 결국은 나도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며...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P.s 나는 개인적으로 <수상한 그녀>보다 <플랜맨>이 더 좋았는데...
     결국 모든 것은 개인의 취향일 뿐인가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플랜맨> 너무 잘 안 된거 같아 속상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