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관심의 깊이란 고작 그 정도이다. ‘조재현’이라는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배우의 목소리 때문에 네이버 주요 뉴스란 정도에는 나와줘야 이런 영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재현이 “영등위 현실과 동떨어져있어 슬프다”라고 말해서 기사화가 되었기에 알게 된 <무게>. 조재현은 왜 영등위의 안테나망에 걸리는 영화만 찍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눈에 띈 것은 ‘전규환’ 감독의 이름 세 글자. 


<모차르트 타운>을 보고 나서, 내가 그 감독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잊지는 않고 있었나 보다. 바로, ‘아! 이 감독!’ 하고 떠오론 거 보면. <모차르트 타운>을 보고 난 후에 보고 싶다고 생각한 타운 3부작 <댄스 타운>과 <애니멀 타운>은 결국 못 봤다. <애니멀 타운>의 경우 집에서 몇 번 시도 해보았으나 역시 영화관이 아니면 힘든 영화들이 있다. 이번에는 과연 <무게>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배우의 힘이 강하긴 강한가 보다. 전규환 감독의 다른 영화들 보다는 조재현 때문인지, 아니면 김기덕 감독 외에 언론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감독이 나타났기 때문인지 기사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보고 싶은 영화는 정보를 찾지 않고 본다는 주의이지만 약간 <뫼비우스>처럼 선뜻이 되지 않아서 살짝, 아주 살짝 정보를 찾았는데...역시나 흥미로웠다.


염습사? 장의사? 염쟁이 곱추와 여자가 되고 싶은 의붓 동생 이야기. 처음에는 그저 소수자들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퀴어 코드가 있다는 것도 조금 놀랍고. 도대체 얼마나 그로테스크 하길래 김기덕과 비교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는 것인지.


우선 (글 쓰기 더럽게 싫은 가보다ㅠ 진짜 이야기 흐름에 두서도 없고ㅠ 무슨 말을 어떻게 써내려가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왜 이렇게 되었지. 영화가 어려웠던 것도 아니고 생각할 게 많았던 것도 아니고ㅠ 도대체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글을 쓰는 게 재미있지 않은 거야ㅠ 왜 왜 왜 왜) 기사들을 너무 찾아보고 갔나보다. 처음에는 이미 기사를 통해  봤던 이야기들이 나오니까... 조금은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굉장히 충격을 받을 만한 장면들이 완화되서 느껴진다는 거. 내가 거부감을 느껴야 하는데... 이미 알고 있었기에 괜찮은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역시나 아무런 정보 없이 봤어야 한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다가... 기사로 봤던 이야기들은 거의 앞 부분에 배치가 되어 있었고 중간부터는 몰랐던 내용들. 


영상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오프닝도 조금은 놀라웠고. 곱추와 트랜스젠더가 되고 싶은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해외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나오자 조금은 당황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오프닝 영상 끝에 있는 자막이.... 머리를 정말 잘 썼다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이런 배치를 생각해냈을까 하는 신기함도 약간. 코스모스 씬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것도 그렇고. 


솔직히 말해서 쓸 말이 없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영화가 생각보다 너무 세련되었다. 2008년에 만들어진 <모차르트 타운> 이후 처음 보는 전규환 감독의 영화였는데... 내가 생각했던... 내가 멋대로 그려왔던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나의 상상보다 훨씬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화. 그게 그토록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너무 비현실적인,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모차르트 타운>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더라면... <무게>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장면 장면들에... 끊임없이 답답해하다가도 얕은 감탄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곱추의 예술성. 같은 곱추인 헬맷남의 현실감과는 다르게 너무.... 훌륭하잖아. 그러니까 <뫼비우스>처럼 성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고. 솔직히 너무 복잡한 것 같다. 상황 하나 하나 떨어트려놓고 보면 이성적인 이해는 되는데... 절절하게 감성적으로 그들을 이해하기는 무리가 있을 듯. 


두 차례 심의 반려가 되고 나서 겨우 개봉되는 영화 <무게>. 다양성 측인 측면에서 본다면 나는 이 영화를 격하게 환영한다. 그리고 전규환 감독의 영화는 앞으로도 주시하며 볼 것 같다. 하지만 <무게>를 곱씹어 볼 것 같진 않다. 

P.s 영화를 보는 내내 에곤실레의 그림이 떠올랐다. 영화를 본 후 팜플렛을 살펴보니,
“에곤 쉴레, 한스 베메르 같은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의 고통스러운 비밀을 주제로 금기의 섹슈얼 그로테스크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본능의 정점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는 연출의 글이 보였다. 나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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