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포스터 중 내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덕환 군의... 아...이제는 '군'이라고 쓰기에는 님은.. 아니 그 분은 이미 너무 훌쩍 커버리셨군.

뭐- 그만큼 내가 나이를 먹었단 말이지만.

여하튼. 대학로 포스터에서 발견한 류덕환 배우의 얼굴.

게다가... 작품은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웃음의 대학>.

미타니 코키의 작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연극열전에서 첫 선을 뵈었을 당시에는 미타니 코키의 작품인줄 모르다가...

훗날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일본 영화로 먼저 찾아보게 되었고,

재연이 되었을 때 한 두 번 정도 연극으로 봤다. 

대학로에서 한번, 코엑스에서 한번.

대학로에서 안석환 선생님과 고 백원길 배우의 공연은 기억에 생생한데 이상하게 ... 

코엑스에서 봤던 건 기억이 잘 안난다.

그냥 내가 이 작품을 너무나 좋아했다는 느낌 밖에는.


오픈 날을 기다리고 기다렸다가 프리뷰 기간이 끝나기 전 류덕환 배우의 회차로 예약 완료.  

사실 이번에는 보고 싶은 캐스트가 많다.

검열관 역에 송영창 배우, 서현철 배우, 조재윤 배우... 다 궁금 궁금.

송영창 배우님은 뭐 워낙 <웃음의 대학>에 조상님(?) 같은 분이시니까.

초연 때 황정민과 함께 공연을 했었던 원조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서현철 배우님. 생활 연기의 달인으로 내가 칭송해 마지 않는 분.

당근지사 궁금 궁금.

그리고 조재윤 배우. 내가 생각하는 검열관에 비하면 조금 젊기는 하지만 드라마 <추적자>에서 멋있었으니까... 나쁘지는 않고. 


작가 역할로는 류덕환 군과 한때 내가 좋아했던 이제는 유부남 정태우. (하하핫. 정태우가 연기했던 단종 역할은.... 정말 언제적 드라마인지.....^^;;;;) 그리고 <거미여인의 키스>와 <모차르트>에서 얼굴을 익히... 나한테는 뮤지컬 배우로 더 익숙한 김승대. 

솔직히 말하면 작가 역할은...그저 류덕환, 류덕환, 류덕환. 

작품 자체를 좋아하니 다른 캐스트로 본다고 해도 전혀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류덕환 두 번을 볼까, 다른 캐스트로 두 번을 볼까 하면 살짝 고민이 되긴 한다. 예전에는 류덕환보다 정태우를 훨씬 더 좋아했는데...

아마도 <서툰 사람들>에서 본 류덕환이 임팩트가 강하긴 했나보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보게 된 <웃음의 대학>.

유니플렉스 2관이었는데... 대학로에 새로 지은 극장이라서 조금 기대를 하고 갔는데...

단차ㅠㅠㅠㅠㅠㅠㅠ 장난 아님. 

나름 R석이지만 뒤 늦게 잡아서 뒤에서 두 번째 줄. 정말...앞사람들의 머리들이 쫘르르륵. 답답 답답 답답ㅠ 

게다가 앞좌석과의 간격ㅠㅠㅠㅠㅠ 장난 아님. 사이드에 앉아 있는 네 사람 앞으로 지나오는데... 남자는 무조건 일어나서 길을 터줘야 하고.... 나는 정말...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그 앞으로 지나감ㅠ

좌석도 뚱뚱한 사람은 앉지도 못하겠다ㅠ  그리고 바로 머리 위에 천장(2층 바닥)이 있어서... 더욱 답답하게 느껴지고.

겉만 그럴싸하지... 일단은 정말 좋다라는 생각은 그닥. 

실제로 내 뒤에 앉은... 그러니까 맨 뒤에 앉은 사람들은....그 자리를 R석과 같은 가격에 받는 다는 것에 광분하며 환불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뭐, 극장에 대한 코멘트는 이 정도로.


하.지.만.


공연은 역시나. 

한번 좋아하면 끝을 모르게 좋아하는 성격 때문일까.

분명히 봤던 공연인데도 처음에는 명확하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공연이 진행될 수록 하나 하나 떠오르는데...

다음 대사들이 생각나면서 미리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

참- 말장난 같은 유머 코드인데... 그게 어찌나 재밌던지 .

나 뿐만 아니라 극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 유머를 즐기고 있었다.

전쟁 상황에서 웃긴 연극을 올리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검열관.

하지만 웃기는 거 말고는 희망을 전할 수 없는 작가.

그 두사람의 팽팽한 대결.


송영창 배우의 공연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정말... 잘하시긴 잘 하셨다.

진짜.... 잘 하셨다. 

솔직히 송영창 배우의 대사나 연기에서 훨씬 더 빵빵 많이 터졌다. (웃음의 빈도로 잘 하고 못 하고를 따질 수는 없지만)

그리고 류덕환은......솔직히... 기대 만큼은 아니었다.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한 것 같기도 하고. 

잘 못했다기 보다는 기대치가 높았던 듯.

아니면 송영창 배우 같은 배태랑과 단 둘이서만 무대에 오르다 보니... 

발성이라던가 무게감에서는 조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듯 했다.

송영창 배우님이 만들어진... 잘 짜여진 연기라면, 류덕환은 조금은 날 것의 느낌이랄까.

물론 능청스러움과 천연덕스러움은 좋았지만.

이제는 무대 위에서 볼 수 없는 백원길 배우가... 조금은 생각이 나며 그리워졌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류덕환 캐스트로.... 맨 앞줄에서 볼까...하는 생각도. 

참... 배우를 이런 식으로 좋아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빠순의 길로 들어서는 것인가. 하하핫! 


오래간만에 다시 이 연극을 보고 나니...

새록 새록 생각이 난다.

내가 왜 이 연극을 이토록 좋아한다고 생각했는지. 

나는 이 연극을 보면서 생각한다. 

내가 연극이라는 것을 사랑하는지....

내가 왜 이렇게 무대를 그리워하는지...

그리고 작가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아무리 고지식하고 딱딱하고 공연에 무지한 사람도...

한번 희곡의 참맛을 느끼면 왜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는지...

작가의 힘을... 무대의 힘을...느끼게 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길이....잘 못되지 않았음을..

아직 꿈꿔도 된다는 것을....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을 응원 받게 된다.

나는 이 공연에서 최고의 위로를 받는다.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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