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처럼 끊임 없이 절망하고 괴로워했으면 좋겠어. 날 이해할 수 있게..."





사실... 하늘 보기에 넣을 정도는 아닌데... 웹툰은 딱히 넣을 만한 공간이 없다.
단지, 죽어가는 블로그에 활자를 좀 끄적이고 싶었고,
지금까지 봤던 무수히 많은 공연과 드라마 보다 이 웹툰이 먼저 생각났다.
사실 나를 웹툰의 세계로 이끈 건 어이없겠도 <신의 탑> (아! 하일권의 웹툰들이 있기는 했었다. 그리고 어이없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나는 판타지를 전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이며, <노블레스> <강변살다> 등등 현재 다양한 웹툰을 보고 있지만

<밤의 베란다>를 떠올린 것은 아마도 남기고 싶은, 기억하고 싶은 글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네이버 웹툰을 보다가 더 볼만한 웹툰이 있을까 다음 웹툰까지 기웃기웃 하다가 
<밤의 베란다>라는 웹툰을 발견 했다. 

 "너도 나처럼 끊임 없이 절망하고 괴로워했으면 좋겠어. 날 이해할 수 있게..."

우선 나의 눈을 사로잡은 건 소개 글이었다.
왜 이렇게 우울한 것, 어두운 것에 끌리는 것일까.
그렇게 시작한 <밤의 베란다>는 정말 뭔가 어둠을 가지고 있는 두 남녀의 심리 묘사를 완벽하게 하면서 날 사로잡았다.
미술에는 문외한이니 그림체는 그렇다 치고 정말 그 대사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주인공의 상황, 마음이 안타까워서 미쳐버릴 것 같고
이제 슬슬 들어나는 남자 주인공의 상황, 마음도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남녀 주인공의 상황 상황이 옆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너무나 특수한데..
왜 그 마음 마음은 절절하게 이해가 가는 것일까.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동정이 아닐까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고,
상대의 불행이, 불안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게 되고,
그러면서도 오해가 쌓여 진심을 놓쳐버리고...
아직은 38화 밖에 되지 않아서... 언제 다시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오고 전개가 될까 싶고...
언제까지 이 작품을 좋아할 수 있게 될까 싶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 작품을 매주 일요일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
이 작품의 감성이 너무 좋다.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도 나처럼 매일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절망하고 질리도록 공포 속에 몸부림치길.
그럼 더는 힘들여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말하지 않아도 날 이해하게 될 테니. 
그렇게 할 수 있어.
지금이라면. 
내가 
어떤 사람이건 
어떤 사람이었건
어떤 사람이 되건 
나를
나를
나를를
사랑해줘요.
- 프롤로그 

관심과 애정을 받기 위해 애쓰는 일이..
마치 죄인 것처럼 말하는 구나.
온아 그건 누구나가 바라는 것이야.
모두에게
당연하게
필요한 거야. 
밥을 먹는 것처럼.
숨을 쉬는 것처럼. 
그냥 조금만 안타깝게 바라봐줄 순 없니?
-19화 중
 


내가 사는 곳에는 이끼가 자라.
너무 어둡고 축축하고
햇빛 한줌 들지 않는...
너를 평생 바라볼 일도 없을.
.
.
.
내가 이끼라면 햇살에 타 죽고 싶어.
- 21화 중 

너무 달콤하면
오히려
꿈에서 깨어나 버리는 거야
스스로 뭘 약속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의 말에 
매달리다니.
한발 늦게 수치심이 밀려든다.
- 22화 중

한민주가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했으면 좋겠다.
동시에 날 위해 울어줬으면 좋겠다.
- 23화 중

착각하지마 
우리 둘다 비오는 날 떠는 개처럼
주워진 것 뿐이니까.
누가 누굴 동정해?
진짜 불쌍한 건 넌데. 
-28화 중

내가 디딘 곳이 땅 위에 세운 
단단한 바닥임을 의심하지 않는 것.
나의 믿음도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아래는 강물이고,
내가 서 있던 곳은
표류하는 판자 위였다면.
사실 믿지 못했던 거겠지.
매 걸음.
땅이 꺼지지 않을까
불안했으니까.
-29화 중

매일 밤 
눈을 감으면
다신 깨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살았어.
그랬었는데..
처음으로 변하고 싶었어.
처음으로 날 걱정한다는 사람을 위해. 
매일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렇게하면...
그림자도 언젠가 내게서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그랬더니... 더 많은 것들이 보였지.
-31화 중

  
다른 사람들은 소름 돋는다고 할까.
어쩌면 사실은 네 쪽이, 내가 없으면 안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나치게 행복했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두려울 만큼. 
이 마음이 동정일리 없어.
의식적으로 입을 다문다.
무심코 좋아한다고 말해버릴까봐.
 
- 32회 중

슬프게도 태어난 이래 최고로 제정신이야.
꿈이 끝나버렸거든.
.
.
.
비참함의 절정.
아아.
죽고 싶다.
네 앞에서.
평생 네가 죄책감에 살도록. 
네 친절이
네 연민이
나를 
죽였어. 
- 33화 중

네 말에 
난 
한낮에도
길을
잃는다. 
-35화 중


 
온은 자주 그런 눈을 한다. 
금방이라도 버림받을 사람처럼.
네 의심을 전부 걷어내주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저 바라보고 있기만 하고 싶다. 
네 불안이 나를 안심시켜.
절대 네 쪽에서 날 떠나진 않을거라고,
믿을 수 있거든. 
나는 그게 기뻐서 
자꾸만 확인하고 싶어져.
너의 
두려움.
초조함.
외로움.
이런 마음은
너무 잔인하니?
기분 나쁘다면 용서해줘. 
-37회 중


분명 우리는 서로를 돕고 있다. 
제대로 된 방식은 아니지만.
늘 불안한 너. 
네 불안에 안심하는 나.
가엾어서.
우리가. 
-38회 중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