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글은 어디에다 분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 글의 주제가 '만화'가 되었던 적은 없으니.
<자학의 시> <실종일기>처럼 지류에 그려진 만화였다면 그래두 '작은 서점'에 넣었겠지만,
오늘 내가 하고픈 이야기들은 웹툰으로 보게 된 만화에 대한 것이니.

사실, 나 스스로에게 굉장히 안타까워 하는 부분 중 하나가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이것은 잘못된 표현인 듯 싶고
만화를 돈을 주고 빌려보거나 직접 사서 읽을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자린고비 부모님으로부터 만화는 나쁜 거라는 세놰를 받아왔으니.

그래도 남들이 빌려주는 만화책이나 누군가의 집에서 발견한 만화책은
목숨을 걸고 보기는 했다.
성인이 되어 조금은 자유롭게 접하게 된 만화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만화책을 좀더 어렸을 때부터 봤더라면 조금더 상상력이 가득한 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주 아주 아주 아주 허망하고 쓸데 없는 생각.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주변으로부터 <목욕의 신>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옆에서 큭큭 대며 웃는 친구를 보고 (원래도 웃음이 많은 친구이긴 하지만) 얼마나 재밌길래 하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이게, 이게, 이게, 이게 대박일세.

사실, 그가 구사하는 유머도 유머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스토리였다.
분명 풍부한 스토리는 아닌데, 어쩌면 조금은 어디서 본듯한 식상할 수 있는 갈등 구조인데
그 소재를 '목욕관리사'에서 찾았다는 것이 너무나 훌륭하게 느껴졌다.
'목욕관리사'라는 소재를 통해 의미를 갖으면서도, 스토리로는 대중성을 확보하는.
특히나 '꿈'에 관한 부분은 너무나 당연한데, 당연해서 더 좋은 뭐 그런 것.

그렇게 시작한 <목욕의 신>은 결국 3일동안 그의 작품을 다 찾아보게 만들었다.
나란 인간이 원래 좀 그렇다.
하나가 좋아지면 끝을 보고 싶어하는
(처음에는 주위의 인기 때문에 그냥 '좋다'라고 느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패션왕>도 살짝 봤는데 그건 내 취향이 아니다. 아무리 주위에서 좋다고 해도)
그런 성격. 

그래서 <안나라수마나라> <두근두근두근 거려> <3단 합체 김창남> <삼봉이발소> <보스의 순정>까지 다 보았다.
(단편집 <코끼리 애교>에서의 'BEGONIA LOVES ME'와 글만 쓴 <육식공주 예그리나> <히어로 주식회사>는 아직 보지 못했다.)

두번째로 본 게 <안나라수마나라>였는데, 나는 위에 언급한 작가님(만화가)의 작품 중 이게 제일 좋았다.
솔직히 그림체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 뭐라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데...
가끔 사람이 종이 인형처럼 표현된 게 있는데, 그것도 좋았고...
일등이의 얼굴이 소시지 같았다가 감정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부분도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그들의 '이야기'였다.
모든 작품들에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너무 좋다.

누군가는 너무 식상한, 누구든 말할 수 있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알면서도 잊고 사는 게 '꿈'이고 '희망'이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절망'하고 '좌절'하게 되는 게 인간이다.
하일권 작가의 작품에는 이런 인간의 가장 누추한 곳들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추해서 숨겨버리고 싶었던 나의 본 모습을 들키게 된다.

그.리.고.

위로받는다.

결.국.은.

위로받아 버린다.

<안나라수마나라>를 보면서는 애니메이션 영화 <일루셔니스트>가 많이 생각났다. 그냥 마법사를 다룬다는 소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멀쩡한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몰아가는 세상을 보면서는.... 그냥 현실을 생각했던 것 같다.

나도 아스팔트 위에 서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
꽃밭으로 달려가고 싶다.
그런 생각.

그냥, 세상이 많이 무서웠고 나는 그래서 더욱 따뜻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근두근두근 거려>의 경우, 남장여자는 많이 봤지만 여장남자 스토리는 처음이라 신선했다.
또한 수구라는 소재도 참신했던 듯.
그냥 이 작가는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래도 남들이 무심히 지나갈 수 있는 부분들,
혹시 모르고 지나쳐버릴 수 있는 아주 '작고'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는. 
물론 <두근두근두근거려>의 내용은 사회적인 부분보다 (물론 그런 점도 있었지만)  청춘 로맨스에 가깝지만.
<두근두근두근 거려>를 보면서는 솔직히 일본의 학원물을 많이 생각났다.
이야기는 조금 가벼웠지만, (수영복에 대한 집착이 모성에 관한 부분이었다던지 아버지와의 관계는 솔직히 조금 식상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말 한마디 말 한마디가 가슴에 와서 박혔다.

"그래
질 수밖에 없는 경기는 없어.
질 수밖에 없는 인생은 없어.
결과가 정해진 인생 따윈 없어."

인간보다 더 따듯한 로봇 이야기 <3단 합체 김창남>. 우울할 수 있는 이야기에 위트를 섞어 넣을 줄 아는 그의 재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삼봉이발소>는 너무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은 덤덤하게 봤던 것 같고, 원작자가 따로 있었던 <보스의 순정>은 김종학 프로덕션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는지... 대중적인 냄새가 너무 폴폴~ 풍기는 것 같았다. 일단 재미는 있었지만 <보스의 순정>을 먼저 보았더라면, 이토록 그의 작품을 찾아보는 팬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3일동안 너무 휘몰아쳐서 그의 작품을 본 탓인지.... 제일 처음에 봤던 <목욕의 신>은 다시 한번 보고 싶고. <안나라수마나라>는 소장하고 싶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나는 또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그의 글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기에, 내 지친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기에, 나는 그가 아주 많이 매우 부러워졌다. 

P.S 사실 '하늘보기'에 넣을 정도는 아닌데. 처음에는 '밤새 보기'에 넣었다가...... 쓰는 동안 마음이 변해버렸다. 
      뭐, 앞으로 좀 더 지켜보자구.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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