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기 이렇게 배우 신하균에 대한 이야기를 끄적거리게 된 데에는 아주 많은 이유들이 있다. 신하균이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인 메디컬 드라마 <브레인>을 시청 중이라는 것도 있고, 나는 카세 료를 보면 이상하게 신하균이 떠오르는데, 며칠 전 카세 료가 나오는 <스크랩 헤븐>을 본 것도 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이유는 '10아시아'의 '10 LINE'이다.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매체 '10아시아'. 사실 거의 맹신하는 수준까지 이르려다가 요즘 살짝 애정도에 브레이크가 걸린 매거진이다. (<브레인>의 경우에도 10아시아의 평이 젤루 좋지 않는 듯 하다. 흐흙.) 무튼, 10아시아의 10 LINE의 주인공이었던 신하균. 제목만 보고도 몇 명의 인물들이 연상되었다. 장진 감독님 계실테고, 정재영 배우님 계실테고. 그냥 당연한 듯 클릭을 하고, 첫 소개글 읽었다.



신하균 :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공동경비구역 JSA>, <킬러들의 수다>, <묻지마 패밀리>, <복수는 나의 것>, <서프라이즈>, <지구를 지켜라>, <화성으로 간 사나이>, <우리 형>, <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예의 없는 것들>, <더 게임>, <박쥐>, <카페 느와르>, <페스티발>, <고지전>
- 신하균이 지난 10년간 출연한 영화들. 그리고 연기하고, 연기하고, 연기하면서 살아온 어떤 배우의 연기 이야기.

그렇게 그의 작품들을 하나 하나 나도 함께 곱씹어 보았는데, 이거 웬걸. 저 18개의 작품 중 보지 않은 것이 2개 밖에는 없었다. <서프라이즈>와 <카페 느와르>. 솔직히 <서프라이즈>는 기억 조차 나지 않는 영화이지만 <카페 느와르>는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한 영화이다.  (실제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봤는데, 드라마와 영화를 다 따졌을 때 보지 않은 작품이 5개도 채 되지 않는다) 그 동안도 신하균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의 작품을 이토록 많이 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그건 저 작품들을 선택했던 이유가 온전히 신하균이었던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킬러들의 수다> <묻지마 패밀리> <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는 장진 감독님때문에 본 것이고, <공동경비구역 JSA>는 그 당시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 때문에 (그 좋아하는 배우들은 이병헌, 김태우, 신하균이었던 것 같다. 송강호도 있었는지는...;;;), <복수는 나의 것> <박쥐>는 박찬욱 감독 때문에 봤고.

물론 나머지 영화들의 경우, '신하균'이라는 배우가 그 영화를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겠지만, 무조건 '그 때문에'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출연했던 대부분의 영화를 봤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듯 그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갖게 되었기 때문 아닐까. 그는 매 작품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가 하는 작품이라면' 하는 보이지 않는,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믿음을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막힌 사내들>에서 자살을 꿈꾸지만 계속 실패하는 추락 역의 신하균. 연극 <허탕>에서 임신한 채 감방에 들어온 화이를 사랑하게 된 젊은 죄수 달수 역의 신하균.(사실 신하균이 이 캐릭터를 연기한 건 사실이나 내가 본 게 신하균이 맞는지는 확실히 잘 모르겠다.) <킬러들의 수다>에서 죽여야 하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킬러 정우 역의 신하균. <공동경비구역 JSA>의 순수하고 정 많지만 조금은 유약한 정우진 역의 신하균. 이때까지만 해도 매력있는 배우로 그를 인지하게 되었을 뿐이었는데.

정말 <복수는 나의 것>에서의 류와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의 영훈, <더 게임>에서의 민희도, <박쥐>에서의 강우는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멋지다. 특히 <복수는 나의 것>에서 장기 밀매자들에게 장기만 빼앗긴 채, 알몸으로 길가에 버려져 있을 때. (사실 이 장면이 특히나 카세 료와 오버랩이 된다. 아, 순서상으로는 신하균이 먼저인데.) 그리고 송강호에게 강가에서 죽임을 당할 때. 그리고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는 취조실에서 거짓말 탐지기를 달고 차승원과 대립할 때. 유리벽을 치면서 하는 대사들. <더 게임>은 솔직히 잘 기억이 안나는데, 봤던 당시 쓴 일기에는 노인(변희봉)의 기억(영혼)이 들어간 젊은 화가 희도의 연기를 너무나 잘했다고 쓰여져 있다. 그리고 <박쥐>는 큰 배역이 아니었지만, 정말 짧은 장면에서 그의 진가는 너무나 빛이 났다. 



그리고 최근 <브레인>을 보며 그가 얼마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배우인가를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그냥 내가 참 오랜 시간 (지켜보는지도 모른 채) 지켜봤던 배우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니, 그가 얼마나 큰 사람이었는지 멋진 배우였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가 앞으로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길, 더 좋은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제라도 그의 작품을 나도 모르게 보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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