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30 / KU시네마테크



 

뭐랄까. 그냥 예고편이 너무 신나 보였다. 음악 테러리스트. 고상하고 우아한 음악으로 가득한 세상에 던지는 펑크 사운드! 무조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전날 기대했던 영화에 살짝 실망을 한 터라 약간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일단 한번 나의 감각을 믿어보자 했다) 내 앞쪽으로는 관객이 2명 밖에 없었는데영화가 끝나고 나갈 때까지도 나는 그 영화관에 나를 포함해 3명 밖에 없는 줄 알았다. 근데, 3명이서 얼마나 웃으면서 봤는지. (그렇다고 미칠 듯한 개폭소는 아니었지만) , 나중에 나갈 때 보니까 우리 뒤에서 3명 이상의 사람이 있긴 있었다. 하하하.

 

영화는 한 남자의 자전적인 자기 고백으로부터 시작한다. 음악가 집안에서 유일한 음치로 태어나 형사를 하고 있는 한 남자. 동료가 크게 틀어버린 음악을 꺼버릴 정도로 그는 음악이 싫다. 그리고 한 여자가 있다. 운전대에 옆에 메트로놈을 놓고, 신나게 운전을 하는. 그녀가 몰고 있는 차의 짐칸에서는 드러머가 미칠듯이 연주를 하고 있다. 여자가 운전을 하는 소리와 드럼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이 된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녀가 버린 차에 시한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신고가 들어가고, 남자는 그 현장으로 간다. 그리고 남자는 그 소리가 폭탄이 아닌 메트로놈(박자기)이라는 것을 단박에 파악한다.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소리니까.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여자와 드라머. 두 사람은 말한다. 클래식만이 가득한 도시에서 진짜 음악을 보여주자고. 진짜 테러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그들은 계획한다. 여섯 명의 드러머가 도시 전체를 연주하는 것을. 네 장소에서 네 번의 연주를 펼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소리만 골라서. 혁신적으로. 그리고 그 테러를 감지한 남자는 그들을 행적을 쫓는다. 간간히 그녀와의 러브스토리도 살짝 살짝 보태가면서.

 

우선, 그 발상이 정말 기발하다. 그들의 첫 번째 연주는 병원에서 이뤄진다. 치질 환자를 악기 삼아 병원에서 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소리들을 모아 연주 하는 그들의 모습. 정말 이건 보지 않으면, 아니 듣지 않으면 절대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머니, 허니인가에서은행에서 분쇄기, 도장, 돈 세는 기계, 계산기, 키보드 등을 통해 연주를 하는 것도 최고. 정말. 멋있었다. 흥겨웠고. 그리고 연주회장 앞에서 크레인 등으로 연주를 하는 것은 좀 과격하긴 했으나 것두 좋았고.

 

하지만 역으로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음악을 위해서 불법을 감수하는 건 통쾌하다 쳐도, 사람이 죽을 뻔 했는데도 개의치 않고 연주를 완성하는 그들을 보면서 조금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술이라는 게, 창작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정말 위대하지만 그만큼의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

 

영화는 꽤나 판타지적이다. 음악을 싫어한 그 경찰 아저씨는 그들이 연주한 것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다. 그들이 연주했던 물건이나 사람들에게서 나는 그 어떠한 소리도 남자에게 들리지 않는 것이다. 고음이 날 때면 귀에서 피까지 나고. 하지만 훗날 도시 전체를 그들을 연주하고 난 후에, 그제서야 그는 들리지 않는 음악으로 인해 편안하게 세상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건 아마도 판타지일 것이다. 그가 실제로 음악을 듣지 못하게 된다기 보다 그를 억압하고 있던 음악에 대한 강박관념이 풀리는 과정이지 않을까. 음악을 잘해야만 하는 집안에서 받아왔을 음악에 대한 스트레스. 하지만 표현할 수 없음. 여자 일당을 잡기 위해 무수히 많은 음악가들이 경찰서에 잡혀왔을 때 그는 그들의 악기를 집어 던지며 폭발한다. 그런데 그 악기를 부수는 소리마저도 음악으로 표출이 되었으니까. 음악은 그렇게 정형화된 것이 아니며,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잘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그래서 어려워할 필요도, 힘들어할 필요도 없다는 걸 남자는 알게 된 것이다.

 

아마도 마지막 남자가 작곡한 그 음악이 그러했을 것이다. 그 성장과 극복의 결과물이지 않았을까. 음악을 들을 때마다 숨이 멎을 듯한 표정을 지으며, 불안한 듯 입 주위를 쌜룩 거리던 남자의 얼굴이 연주회장에서도 평안한 표정을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4번의 음악 테러 이후 먹고 살기 위해 클럽 같은 곳에서 편안한 노래를 부르던 여자의 모습도. 다른 곳에 있지만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너무 재치 있고 기발한 영화였다. 보는 내내 발을 들썩였다. 몸을 좌우로 흔들 흔들. 그리고 이 영화는 크레딧 화면이 끝날 때까지 봐야하는데…. “이 영화는 연출된 것이니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감전은 치명적입니다’”라는 멘트에 얼마나 빵 터졌는지. 중간에 그 악보가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부분도 좋고.

 

사실 음악에 경중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이 영화에서는 클래식이 너무 정형화되고 정확성만 중시하는 권위적인 음악으로 표현되었으나, 한 음악 장르에 대한 비판보다는 새로운 음악과 자유로운 음악에 대한 추구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정말 느끼는 건데, 나는 FunkRock&Roll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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