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9 / 압구정 CGV



 

홍보용 전단지와 예고편에 낚인 기분이다. , 이 마음을 어찌해야 좋으리오.

저번에 <모차르트 타운>을 봤을 때, 이 영화의 홍보용 전단지를 봤다.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외롭게 앉아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쓸쓸해 보이던지 그 전단지만 보고 왈칵 눈물이 날 뻔했다. ‘송새벽이라는 이름만 확인하고 더 이상 전단지를 자세히 읽지 않았다. 그리고 <북촌방향>을 보는 날, <평범한 날들>의 예고편을 봤는데 정말, 송새벽의 눈물이 사람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 이 영화를 꼭 봐야겠구나, 다짐했다.

 

근데, 이게 왠걸. 나는 우선 옴니버스 영화인지 몰랐다. 옴니버스 영화를 그리 싫어하는 거 아닌데 또 뭐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우선 일단 송새벽이 나오는 Between. 송새벽이란 배우에 대한 호불호도 없었는데, 확실히 연기는 잘하는 것 같다. 표정이 참 좋다는 생각. 처음에는 그냥 일상에 지쳐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러다 문득 트라우마가 있는 한 남자가 그 사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꾸 자살을 시도하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러다가 중반을 지나가서야 그 남자가 겪은 사건이 무엇인지 눈치채게 되었다.

 

씨랜드 사건 때 아이를 잃은 아버지들의 눈물이 생각났다. 아마 내가 뉴스를 보면서 울었던 두 번째 사건이었을 것이다. 내가 감정의 표현이 서툰 아버지를 두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버지들의 눈물은 항상 내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 내가 그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간접 경험을 했기에 나까지도 아팠다. 잠들지 못하거나 죽고 싶어 하는 모습들이. 그리고 그날아침에 쏟아지는 위로 문자들이 그에게 어떤 위로도 될 수 없는 것도. 그래서 그가 내가 널 안아도 되겠니?”라고 말하며 울 때는 정말 많이 슬펐다.

 

아마 내가 널 안아도 되겠니?” 라는 말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근데 내 생각을 확신하기에는 이 영화는 너무 불친절하다. 너무나 많은 설명이 생략되어 있다. 그래서 명확한 것이 없다. 남자의 상실감이 왜 성적이거나 변태적인 것들로 표출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해는 하면서도 확신은 할 수 없는 나의 첫 번째 의문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 AMONG. 5년간 사귄 남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한 여자의 이야기다. 포털에 씌여 있는 줄거리를 살짝 빌리자면 실연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다리 부상을 입고 고향에 내려가 요양하며 괜찮은 척하던 그녀가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잠이 오지 않던 밤, 사실은 자신이 괜찮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 포털의 줄거리를 빌려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 에피소드는 정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어 먹을 수가 없었다. 정녕 내 이해력이 딸리는 것일까? 수없이 자책했다. .

 

여자가 커피를 사러 간다. 그런데 문이 닫힌 커피 집에는 근조라고 적혀있다. 근조. 그때부터 그녀는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다 이별 통보를 받고,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주위에서는 괜찮다고 한데, 그녀는 죽을 듯 아파한다. 내가 여기서 헷갈리는 게 그녀가 사고와 함께 다리만 다친 건지, 아니면 중절 수슬도 받은 건지 진짜 헷갈린다. 내가 정말 집중해서 영화를 못 본 건가. 정말 모르겠다. , 그건 계속 모르는 채 있는다 쳐도, 정말 서울로 다시 돌아온 그녀가 다리가 아파 움직이지 않는 꿈을 꿨다가 밖으로 나와 길에서 장애인에 대해 비웃는 듯 이야기하는 여고생들을 패는 장면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이해가 안 갔다.

 

그러니까 그녀의 상실이 무엇인지. 자신을 버린 남자친구인지, 오래 전에 자신을 버리고 죽었다는 연락이 온 아버지인지(이것도 명확하지 않다),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는 아기인지. 그것부터 명확하지 않으니까 내가 그녀의 어떤 아픔이 그런 폭력적인 성향을 불러일으킨 건지 공감하고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미 이야기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나. 그러니 영화가 재미 있을리 만무하다. 그나마 그 여배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예리’. 나는 처음 보는 배우인데 얼굴도 마음에 들고, 연기도 마음에 들고,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그나마 배우를 발견한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에피소드는 DISTANCE.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던 한 남자 아이가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외국으로 여행을 갈 준비를 한다. 그러던 중 한 남자를 발견하고 그를 따라간다. 할아버지의 죽음이 원인을 제공한 그 남자를 향해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그 남자 아이. 하지만 자신이 때린 남자는 자신이 쫓아간 그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 에피소드의 경우도 이해는 하지만 이해가 안 간다.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여기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그걸 실천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쩌보면 내가 그 고통을 겪지 않았기에 이렇게 편한 게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아픔을 100% 내 것으로 느끼지 않기에.

 

하지만 정말로 상실의 아픔과 고통이 성적인 것, 변태적인 것, 폭력적인 것으로 표출되는 것은, 나는 좋지 않다고 본다. 그럴 수는 있으나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그나마 여기도 배우는 마음에 들었는데, 왜 이렇게 어려보이는 애들을 썼는지. ‘한예리도 그렇고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이주승도 참 어려보인다.

 

몇 몇의 굉장히 마음에 드는 장면은 있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손가락 두 개로 사람이 달리는 장면 같이 연출한 것. 그리고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강에서 얼음에 박혀있는 빨간 물고기. 그 얼음 덩어리를 가지고 와서 전자레인지에 녹이는 장면. 하지만 배우와 그 두 장면을 빼놓고는 내게 그렇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처음에는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건지 의심스럽기도 했는데 확실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던 듯 하다.

 

얼마 전에 봤던 <모차르트 타운>도 그렇게 모든 게 명확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영화도 에피소드 식 구성이었다. (이렇게까지는 아니었지만) 하지만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나는 옴니버스나 에피소드 식 구성의 영화라도 그런 게 좋다. <평범한 날들>은 첫 번째 것과 세 번째는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두 번째 거는 붕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택시 안의 나뭇잎으로 세 에피소드를 묶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ET 손목 시계가 의미하는 바도 잘 모르겠고. 아직 내가 영화를 보는 눈이 낮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모르는 것 투성이고, 의미를 파악할 수 없어서 조금은 보는 내내 답답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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