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31 / 아트원 씨어터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또 이.렇.게.까.지 재미있으리라 생각지는 못했다.


"뮤지컬 <톡식히어로> KT&G 상상극장 ★★★★☆ 더 B급이 되어도 좋을텐데! 더 저질스럽고 더 유치하게!"

작년에 이 공연을 보고 난 뒤 썼던 한줄 리뷰였다. 그 당시 무슨 공연인지,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봤는데 너무나 재밌게 봤었다. 뭔가 유치한데 그게 나쁜 게 아니라 너무 기발하는 느낌. 오히려 더 막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온 뮤지컬이었다.

그랬던 이 뮤지컬을! 최근 뮤지컬에 푹~~~~~ 빠져버린 친구가 티켓을 구해온 것이다. 빠듯하고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고해성사를 하자면 오랜만에 내려간 본가에서 날 붙잡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이 공연을 선택하고 말았다.

과연 내가 이 공연에 처음으로 느꼈던 그 감정이 유지될까, 솔직히 조금은 걱정이 됐다. 사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같은 경우도 첫번째 때 너무 재밌게 봐서 친구를 데리고 다시 보러 갔는데 대략 난감. 첫 번째 그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러면 어찌하나 걱정되는 마음 반, 기대되는 마음 반으로 엄청난 비를 뚫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작년에는 라이언, 신주연 캐스팅으로 봤었고. 배우들에 대해서는 딱히 크게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없다;;;; 이번 캐스팅은 이석준과 솔비. 더블캐스팅인 이기찬보다는 농익은 이석준이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남주 캐스팅은 마음에 들었고, 솔비는 그냥 뭐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그냥 어디 한 번 지켜볼까 라는 심정?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 공연.

멀티맨으로 익숙한 얼굴, 개그맨이자 배우 고명환이 나왔다. 사실 고명환을 생각하면 드라마 <부활>이 떠오른다. 조연으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연기에 약간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이제 뮤지컬까지 진출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약간의 우려를 했었다. 노래를 들어본 바 없으니... 근데 잘하더라. 노래도 거슬리지 않고, 연기도, 춤도. 멀티맨으로서의 역할을 너무나 잘 해낸 거 같다.

이석준 역시 처음 본 공연이었는데... 정말 연륜(?)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나보다. 살짝 멜빈 역할을 하기에 나이가 많은 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을 대사에 녹여주시니 정말 빵빵! 터질 뿐이다.

사실 'B급'이라 칭해지는 것들에 큰 애정을 가질 수 없었다. 잘 알지도 못했고. 정말로 어떠한 작품을 B급이라 일컫는지. 근데 이 작품을 보면서는 그냥, '내게도 이런 취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도 욕이 장난 아니게 많고, 연출 역시. 후훗.

그런 장면이 나온다. 녹색괴물이된 멜빈이 불량배들과 싸우는. 막 팔이 뽑히고 다리가 뽑히고 내장이 뽑히고 머리가 뽑히고. 심지어 그 내장으로 줄넘기도 한다. 어떻게 표현할까 싶은데 누가봐도 뻔히 가짜인 인형 팔과 다리, 내장이 나온다. 그 뻔할 뻔짜! 가짜 신체들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하면 나 너무 변태 같은 것일까.

그리고 패러디도 많이 하는데, 시장과 엄마 역을 동시에 맡고 있는 배우의 지킬앤하이드의 패러디는 정말 최고이다. 예전 공연에도 이 역을 맡은 배우에 푹 빠져버렸는데... 요번 역시 감동 그 자체다. 폭발적인 성량하며 지치지 않는 체력. 정말 멋지시다.

그리고 나는 밴드의 생음악이 참 좋은가보다. <헤드윅>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공연에는 꼭 밴드가 있다. 밴드의 라이브는 오케스트라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두 번의 관람으로 확신이 생겼다. <톡식히어로>가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많이 웃어서 턱관절이 아팠던 뮤지컬. 유쾌하다.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 이 공연은 앞으로도 놓치지 않고 봐야할 것만 같다.

아. 마지막으로 솔비. 노래는 괜찮은데... 허스키 보이스가 꽤나 거슬린다. 원래도 약간 목소리가 허스키한데 연습 때문인지, 더 상한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원래 그 역이 순수하면서도 톡시를 유혹하는, 그래서 그 모순에서 더욱더 웃음이 유발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솔비는 순수하기보다는 섹시하기만 하다^^;;;; 뭐 그래서 조금 낯설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연기였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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