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두 세번 정도,
문득 문득 생각이 날 때가 있었다.
이후의 야마모토 후미오의 단편집들은 꽤나 가벼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 책 만큼은 대표작인 <연애중독>보다 훨씬 좋다.
또렷한 내용은 이제 기억에 없지만,
이 책을 처음 접했던 느낌과 공감하던 그 순간은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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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디디고 선, 그야말로 단단하다고 굳게 믿어왔던 대지가 그렇게도 간단하게 무너져버릴
살얼음이었다는 건 까맣게 몰랐었다. 그러나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든 물 밑에서 이제 나는
꼼짝없이 얼어죽는구나 했더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남아도는 시간' 이라는 이름의 뜨뜻미지근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 흥건히 누워서 지내는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아늑했다. 더구나 나는 그 밑바닥을 박차고 솟아오를 어떤 동기도,어떤 목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네이키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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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후미오- 플라나리아





`연애중독`의 뒷편에 소개된 야마모투 후미오의 작품들 중
유난히 눈을 끄는 책이 있었다.
단편선을 모아놓은 플라나리아.

단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책 소개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책을 집어들었다..
124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프리터, 사회부적응자, 낙오자의 삶을 그대로 그렸다는 소개가....

책을 읽고 나서...
기대 이상의 흥분이 나를 휩싸안았다..
내가 만약 글을 쓴다면..
이런 글이었으면 좋겠다...

커다란 사건은 없어도..
아주 조용하게..
그냥 타인의 모습을 바라만 봐도..
그 타인에게서 나를 발견할게 만들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플로나리아 처럼...

표제작인 플라나리아...
잘라도 잘라도..다시 살아난다는 플라나리아..
이 작품도 좋았지만..
나는 [네이키드]라는 작품이 가장 좋았다..
내 이야기 같아서...
정말 바쁘게 살았던 커리어우먼의 30대 여성이..
남편과 이혼한 후, 직장도 사라지고 난 후..
느끼는 생각들....

꼭...나 같아서....
내 이야기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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