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봤던 <드림걸즈>
많이 울었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스스로 어떤 부분이 그토록 가슴이 아팠는지.
음악도 좋았지만, 스토리도 훌륭했던,
실화여서 더욱 흥미로웠던 그런 영화였다.



그들의 꿈은 과연 이루어졌을까.



'꿈' ‘Dream'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은 꼭 가지고 있는 것. 그래서 아주 가깝지만 잡기엔 멀게만 느껴지는 것. 이 영화는 그렇게 추상적인 단어를 60~70년대의 음악 사업을 바탕으로 현실 속에 녹여서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는 발을 들썩이게 하는 신나는 리듬과 춤, 그리고 꿈을 꾸고 그 꿈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등장인물들의 순수한 희망으로부터 시작된다.

노래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에피를 비롯한 디나와 로렐, 이 드림메츠의 꿈은 음반을 내는 것. 그리고 유명한 가수이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주류가 될 수 없었지만 영혼이 담긴 음악을 하고 싶은 썬더 얼리. 캘린닥을 팔면서 백인 사회에서 흑인도 인정받을 수 있는 음악 사업에 대한 꿈을 키우는 커티스까지. 이렇게 각기 다른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음악이라는 테두리 안에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꿈을 이룬다는 것은 희망과 열정, 그리고 노력과 재능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커트스는 꿈을 위해 기꺼이 정직을 버리고 비열을 선택해야 했고, 지미는 꿈을 위해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매니저를 버려야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꾸는 꿈의 모습들은 이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을 그 등장인물의 누군가로 여기게끔 만들어 준다. 단지 주인공 한 두명의 이야기로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여기서는 영화를 보는 이의 관심에 따라 주인공은 제작자 커터스가 될 수도 있고 지미가 될 수도 있으며, 디나 존스가 될 수도 있고, 작곡가로서 인정받고 싶은 씨씨가 될 수도 있다. 인물이 갖는 캐릭터와 그 이야기 구조가 너무나 탄탄하게 어우러져있는 점이 너무나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부각되는 한 사람이 없고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개성과 함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소한 사람 한명 한명에 시선을 돌려본다면 더욱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영화를 보는 내낸 디나 존스보다는 그리고 제이미 폭스보다는 지미얼리에 더욱 더 많은 애정을 쏟았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지미가 창립파티에서 발라드를 부르다 즉석랩을 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다. 영혼이 담긴 음악을 한다는 그의 말. 최소한 나에게 그는 웃음거리가 아니었다. 자신다움을 찾아가고 싶었던 그의 몸부림이 영화 장면 중 가장 통쾌하면서도 너무 슬플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영화가 갖는 특징 중의 하나가 즐겁고 경쾌하지만 그 안에 내재 되어 있는 슬픔이라고 생각한다. 레인보우 음반사가 점점 성장해나가면서 영화 역시 화려한 볼거리들로 가득 차게 된다. 더욱더 신나고 다양해지는 사운드, 그리고 댄서들의 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가 즐겁지만은 않았다. 즐거울 수가 없었다. 꿈이라는 단어가 희생시킨 한 여인의 인생과 그리고 모두의 꿈이라 말하지만 결국은 각자의 꿈일 뿐인 것을 이루기 위해 버려야 했던 많은 것들. 내가 영화에서 웃음을 잃기 시작한 것은 에피가 디나에게 메인의 자리를 넘기고 힘들어 했을 때 그녀를 향해 주위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부터 일 것이다. 에피에게는 죽을만큼 힘들 요구를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꿈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해받으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 장면에서 꿈이라는 단어의 삶이라는 단어의 아이러니함을 느끼며 서서히 다가올 그들의 불행을 감지했다. 훗날 에피가 송년모임을 앞두고 불렀던 그 가슴 저린 노래 속에 들어있는 슬픔과도 같은 불행을.

결국 영화는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도 서로가 추구하는 꿈을 위해 서로를 생채기 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창립파티에서 디나가 부르는 노래 가사와는 너무나 다르게 변해버린 그들. 모두의 꿈이라 여겨졌던 것은 그저 자신들의 꿈을 위한 보기 좋은 허울이었던 것이다. 스스로 일어선 에피과 커티스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 디나와 씨씨. 그렇게 그들은 다시 시작이라는 것을 한다. 그리고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딸을 보면서 커티스도 타인을 상처 입힌 자신을 꿈을 한번쯤 돌아보게 되지는 않았을까. 마지막 고별무대에 함께 서 있는 네 명의 여성은 나에게는 아주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그냥, 다시 ‘함께’라는 이름으로 귀결되는 것이 ‘꿈’을 너무 환상처럼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었다. 고별무대의 막이 내린 후에도, 그들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직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조금은 성숙해진 모습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갈 것임을 그리고 나 역시도 그렇게 걸어가야 할 것임은 믿는다.

129분이라는 러닝타임을 한 순간의 지루함 없이 끌고 가는 영화의 힘은 아마도 우선은 화려하고도 장대한 볼거리에 있을 것이다. 또한 리허설 장면에서 노래와 함께 곧바로 무대로 변하는 장면전환 등 빠른 전개가 더욱 영화를 힘있게 만든 것 같았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음악(혹은 음악 산업)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도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현실감각이 있었다. 음악(혹은 또 영화)이라는 것이 예술인지 산업일 뿐인지, 그 접점과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될 것 같다. <드림걸즈> 이 영화는 끊임없이 생각할 문제를 던져줌으로써 단순히 내게 영화에서 머물지 않고 스스로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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