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0년 11월 27일 토
장소 : AX-KOREA




미치도록 아름답다는 게 이런 의미일까.
처음으로 그들을, 그들의 음악을 만났는데,
이게 그들의, 그들 음악의 마지막이라니.

오늘 말로만 들어왔던,
그들의 음악이라고는 한 두어곡 정도 알고 있던 <재주소년>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이름을 알고 있는 뮤지션이며,
알고 있는 두 어곡의 느낌이 나쁘지 않다는 이유 만으로
공연을 보러 가려느냐는 친구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일말의 양심으로 그들의 노래 몇 곡을 아이팟에 담고,
기사를 읽어보니,
멤버가 두 명인 것.
처음 알았다ㅡ.ㅡ;;;;;;
<재주소년>이 한 명인 줄 알았다. (이 무지의 극치ㅜ) 
게다가 해체를 발표했고,
이 공연이 마지막 콘서트라는 것도.

아주 조금,
아주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들의 음악을 알지 못하는 내가,
과연 그들의 마지막 콘서트를 얼마나 즐길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은 막이 오르자마자 눈 녹듯이 사라졌다.
우선 1부,
그들의 여정을 하나의 연극 혹은 뮤지컬처럼 구성해서,
노래와 그들의 과거를 적절히 믹스시켰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들을 잘 알지 못했도,
괜찮았다.
알아갈 수 있었으니까.
그들이 어떻게 만났고,
어떤 시절을 거쳐서,
이렇게 음악을 만들어 왔는지 알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1부는 정말 신나게 웃고,
2부는 정말 그들의 음악을 즐겼고.
무엇보다,
상봉 님, 너무 좋다.

정말 개인적인 오늘의 버닝 포인트는
상봉 님.
시크한 표정하며, 살짝 움직이는 몸짓.
무엇보다 마성의 목소리.
목소리, 정말 내 스타일이다.
메인보컬이 경환 님이기에
상봉 님의 목소리는 코러스 및 화음으로 듣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찰나의 순간이 어찌나 영겁의 시간 같던지.
그리고 트로트 버전으로 노래 하실 때,
정말 쓰러지는 줄 알았다.
아, 반해버렸어.
정말로.

그리고 두 번째 버닝 포인트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초등학고 중학교 동창이었다고 한다.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땐
주말마다 만나 음악을 만들었고,
경환 님이 제주도로 갔을 때에는
네이트온으로 신곡을 주고 받았다고.
(정말 콘서트 구성은 최고였다!)

지금은 서로가 뜻한 바가 있어
해체를 하지만,
두 사람의 무언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게도 저런 벗이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얼마나 했던지.

엉뚱하지만,
두 사람을 보면서
수녀원에 들어간 나의 벗이 많이 생각이 났다.

오늘 재주소년의 마지막 콘서트였지만,
나에게는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노래에 위안을 받았을까.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느낌의 노래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이번 콘서트의 포스터처럼,
숲 속을 거닐고 있는 기분이었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숲 속에서,
정말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벗과 함께,
공기마저도 맑아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며,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보았다.

이제 그들이 걷게 될 끝의 또 다른 시작,
이제 내게는 그들의 과거도,
또한 그들의 또 다른 첫걸음도,
내가 시작해야 할 모든 것이 되었다.

콘서트라는 건 이래서 좋은 거 같다.
아무리 그냥 음악만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오래전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로
재주소년을 알게되었지만,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그들이 몇 명인지도 모르는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알게되었고,
조금은 거짓없이 그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까.

너무나 행복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자면,

진짜, 상봉 님은 너무 좋았다.
사..사...사..
좋아합니다.



P.S 오늘 콘서트에서 정말 인상 깊은 노래는 <서브웨이 망상쓰>, 귤의 트로트 버전 <굴>이었으나,
      왠지 마지막은 <재주소년>스러워야 할 것 같아서.
      요~ 베이비가 포인트이며, 최근 나의 생활을 대변하는 듯한 <간만의 외출>로 이 글의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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