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미콜론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에 관심이 있었던 적이 있다.
물론, 관심이라고 해봤자 알라딘 중고 서점 만화 코너에 가서
세미콜론에서 나온 책이 있는지 살펴보는 정도 였지만.
오래 전이라 그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 중에서도 <자학의 시>(고다 요시이에)는 가장 인상 깊은 책이었다.
<자학의 시>는 교보문고에서 그 자리에 서서 1, 2권을 다 읽어버리고
소장이 하고 싶어 나중에 알라딘 서점에서 구매를 한 책이었다.
그런 <자학의 시>가 영화로도 있었다니!
전혀 생각도 못했었다.
하나의 큰 줄거리가 있긴 했지만 4컷으로 이어진 만화를
어떻게 영화화했을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익숙한 얼굴인 아베 히로시와 니시다 토시유키 등이 나와서 더 반가웠는데
그들의 얼굴이 너무 젊어!!!
알고 봤더니 2007년에 만들어진 영화인 것
일본은 정말 원소스 멀티유즈가 어마무시한 것 같다.
원작이 좋았을 때는 변형된 장르 역시 좋거나 실망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다행히 이 작품은 '좋.다.!'
따뜻했다.
이 책과 영화가 좋았던 것은
비루하고 비참해보이고 불행한 인생에서도 삶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행복'만이 인생의 최고 가치인 것마냥 생각하고
불행을 못견뎌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남들이 말하는 행복과 불행으로
그 사람의 인생을 단정지어서는 안 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떠한 삶도 의미가 있으니.
처음에는 걸핏하면 밥상을 뒤집어 없는 전직 야쿠자 출신의 한량 남편에게
무조건적으로 순종하고 사랑하는 아내를 보면서
왜 저렇게 살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봤을 때는 인생이라는 건 정말 한면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다.
초반에는 많이 웃었고
중간에는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많이 울었다.
아무래도 영화화를 하다보니 많은 부분이 압축되었고,
극적인 상황을 위해 추가된 부분도 있었지만
나름의 최선의 각색과 연출이 아니었을까 싶다.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강렬했던 감동 포인트들은 그대로 잘 살아있었다.
연출에서 느껴지는 개그 코드도 훌륭했고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모두들 너무 잘해.
다시 한번 책을 읽고 싶은데,
이사를 하면서 본가에 책을 다 가져다 놨다.
이렇게 아쉽다니.
+
연출이 츠츠미 유키히코인데,
익숙한 이름이라 필모그래피를 찾아봤는데 나름 본 것들이 좀 있었다.
<우리들의 용기 미만도시 2017>
<케이조쿠 2 SPEC> & 영화
<20세기 소년> 시리즈
<붕대 클럽>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IWGP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킨다이치 소년 사건부 1> & 영화
<초밥왕자(스시오지)>
+
좋아하는 소설책 <애도하는 사람>도 츠츠미 유키히코 연출로
영화화 되었던데 보고 싶다.
사실 한국에서 얼마전 무대화가 되기도 했는데 보지 못했다.
좋아했던 책들이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하는 것을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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