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5 / 건대 롯데시네마
어딘서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의 합창단 창단기를 다룬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국악을 베이스로 한 음악영화라. 살짝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트위터에서 시사회 이벤트를 발견했고, 당당히 선착순 안에 입성! 시사회는 낮 4시 30분이었는데, 아무래도 친구들은 다 직장인이다 보니 함께 갈 사람이… 없… 없…. 없어서 쓸쓸히 홀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표를 찾는데, 언론 시사회를 겸해서 그런지 OST CD도 나눠주었다. 왠지 기분이 두 배로 좋아졌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따라서 높아졌다.
하.지.만.
영화가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한 것 같다. 사실 영화의 기능이 무엇일까. 영화를 보고 자신의 무언가를 떠올리고 추억하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 <두레 소리>는 나의 고등학교 동아리를 생각나게 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당시의 사람들이 너무나 그리워졌다. 선생님들, 동기들, 후배들. 그리고 그때 그 시간. 그것만으로 이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는 전문 배우들과 아마추어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이 부분이 문제였던 것 같다. 아마추어의 연기로 극영화를 만들려니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전문 배우들이 등장할 때와 아마추어 배우들이 연기할 때의 갭도 너무나 컸고. 극영화라고 해야할 지, 다큐멘터리라고 해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영화적인 이론이 부족해서 이 영화를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하는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보기에 편하게 흘러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스.토.리.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하고 통속적인 이야기들이다. 합창단이 생기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불협화음을 내다가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지만 학교의 방해로 인해서 위기를 맞이하고 등등등. 어디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이야기. 주인공이 되는 두 친구들의 갈등 소재도 그렇다. 그들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고민들을 다루는 것은 좋은데, 거기에 왜 꼭 그런 뻔한 갈등이, 어색하게 들어가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나 역시 두레소리와 유사한 과정을 겪었다. 선후배간의 갈등 때문에 동아리가 와해될 뻔 한 적도 있고, 학교와 동아리 간의 갈등 때문에 동아리의 존폐 위기에 처해본 적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내가 졸업한 이후에 후배들이 한 작품이지만) 그렇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공감이 되기는 했으나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영화가 평범한 이야기를 가지고도 특별해지기를 꿈꿨던 것은 아마도 그것이 ‘국악’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는 그들의 음악은 굉장히 좋았다. 공연 장면 역시나 좋았고. (학교에서 처음으로 선생님들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선생님이 막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감정과잉… 이었다. 관객은 그 정도의 감동을 받지 않았는데, 배우가 막 울고 있으면 오히려 받은 감동마저도 반감이 된다. 나만 그런 건지는 몰라도.)
오히려 이 영화가 국악에 좀더 초첨을 맞췄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선생님이 술을 마시면서 유학을 갔을 때, 외국인 친구가 너는 왜 너희의 음악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고 말하는 장면. 나는 이 영화의 핵심은 그 장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악을 해서 자신이들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던 장면. 그 장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설픈 우정이 아니라, 국악에 대한 고민이 이 영화가 더 진정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됐을 것이다.
귀는 즐거웠지만, 추억이 꿈틀거렸지만….
눈은 집중하기 어려웠던 그런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 시사회로 보고 왔기 때문에 사실 좋은 말들을 많이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다. 아쉬움의 소리다. 좋은 소재의 영화가 좀 더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다양성을 충족시켜주는 영화는 되었으나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는 아닌 듯함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시네마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개구리 왕자는 행복해졌을까 <온투어> (0) | 2012.04.10 |
---|---|
[영화] 폭력과 차별의 역사에 분노하라 <그녀가 떠날 때> (0) | 2012.04.09 |
[영화] 미타니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멋진 악몽> (0) | 2012.04.09 |
[영화] 위로를 말하다 <세이지 : 육지의 물고기> (0) | 2012.04.09 |
[영화] 고통은 고통으로 극복되는가 <안테나> (0) | 2012.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