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심 사랑했던 뮤지컬.
그리고 아직도 사랑하는 뮤지컬.
그 때 당시 내가 처한 현실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참 많이 가슴이 먹먹해지는,
부러움의 눈물이 마구 마구 흐르던 공연이었다.



-2007/08/11 17:00에 작성한 글



당분간은 슬픈 수염의 기사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다.
인생은 그래, 돈키호테처럼 살아봐야하는 게 아닐까.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여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이룰 수 없는 꿈 中-

맨오브라만차를 보고 와서,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는 친구의 얘기에,
나도 이 공연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비싼 공연에는 벌벌 떠는 나이기에,
많이 고민이 되었는데,
할인된 가격으로 표를 구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공연장으로 고고씽~!!
나는 정성화, 윤공주, 권형진 캐스팅의 공연을 보게 됬었다.

뭐 나역시 조승우라는 배우를 많이 좋아하긴 하지만
티켓 전쟁 때문인지, 영화에 만족해버리는 습성때문인지
아예 일찍이 손을 들어 버려서 조승우 씨꺼를 보지 못하는 섭섭함은 없었다.
과소평가 받고 있는 배우로 정성화 씨를 언급한 기사를 봐서 그런지 
궁금함도 있었다.   

일단 시작부터 오케스트라 서곡이 웅장함으로 나를 매료시켰다.
음악이 어찌나 좋던지.
그리고 지하감옥을 표현해놓은 무대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극이 진행됨과 함께 무대 활용도도 너무 좋았다.
주막을 만드는 것이나 풍차, 그리고 감옥문과 연결되는 다리(?) 등등.
특히 성당장면과 밤풍경, 해바라기 장면은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정성화 씨는 1막 첫부분에는 약간 목소리가 힘이없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1막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아_ 너무 멋있으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르반테스가 옥중에서
연극으로 보여주는 형식인데 늙은이인 돈키호테를 너무 잘 소화한 것 같다.
어정쩡하게 뒤로 빠진 엉덩이 하며, 목소리하며, 돈키호테를 잘 표현해준 거 같다.
그리고 윤공주 씨도 너무 알돈자에 너무나 잘 어울렸고, 산초를 맡은 권형준 씨.
이 분은 '내멋대로 해라'에서 나오셔서 내가 정말 좋아했던 분이었는데.
기분이 좋았다. 뮤지컬을 하시는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보게 되서.

이 공연이 너무 좋았던 이유는 모든 캐릭터들이 주조연을 넘나들어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막 주인으로 나온 최민철 씨('매직카페라이드'에서 그렇게 좋다고 해놓고,
사실 최민철 씨인지도 몰랐다라는 초보 관객 티를 빡빡 내고 있는 나;;;;)도 그렇고,
조카나 가정부도 그렇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왜 저런 미친 사람이랑 다니냐는 알돈자의 질문에
'그냥 좋아요'를 부르던 산초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좋았다.
권형준 씨 마지막 돈키호테 죽는 장면에서 정말 눈물을 두두둑 떨어뜨리는데,
아_ 나 정말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그 눈물과 콧물(?)에.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공연이 내 마음을 울렸던 것은,
아마도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사로잡는 한 가지 단어
'꿈'
그리고 나를 괴롭히는 한 가지 단어
'꿈'

이상주의자라고 세르반테스를 비난하던 수감자에게
세르반테스는 말한다.
"이상 없이 살수 있는 용기가 내겐 없소"
그 말이 얼마나 내 가슴을 후벼파던지.
이룰 수 없는 꿈이라 할지라도 그 꿈을 안고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가.
(참, 돈키호테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장면의 연출기법은 정말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알돈자가 돈키호테에게 "날 짓밟고 가는 가는 건 참을 수 있으니 꿈꾸게 하지 좀 마"라는 대사.
꿈이 또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거.
나 역시 느껴본 적 있는 감정이니까.
하지만 인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며 살아가야 한다는 거.
저렇게 돈키호테에게 퍼붓던 알돈자가 돈키호테가 평범한 늙은 노인으로 돌아왔을 때,
기사의 기억을 꿈이 아니었음을 일깨워준 것 처럼.
얼마나 행복한 죽음이란 말인가. 꿈꾸던 채로 죽을 수 있었던 것이.

마지막 장면.
죽었지만 죽지 않은 돈키호텔.
그리고 둘시아네가 된 알돈자.
그들처럼..
그들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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