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랄것두.
서울에서 6시50분에 출발하는 전주행 버스에 올랐다.
전주에서 6시30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집에서 터미널까지, 터미널에서 집에까지의 시간을 제외하면,
12시간 조금 못되는 짧은 전주의 하늘, 그리고 바람.

정말 바람 같은 것이었다.

제일 친한 친구의 생일을 잊어버리고,
그 친구를 보러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것은 거짓말.

외로웠다.
빨간 날 아무것도 할일이 없는 내가.
빨간 날 아무도 불러지 않는 내가.
외로웠다.
고독했다.

그래서, 할일을 찾아야만 했다.
무리한 의미를 부여해서라도.
그 무리하고도 당연한 의미가 내게는 그 친구였다.

그 친구가 머무는 전주행 티켓을 위해 검색을 하다보니,
눈에 띄는 단어가 보였다.

'전주 국제 영화제'

영화에 관심이 있는 척,
잘난 척 떠들어대도,
한번도 나는 찾아서 영화제에 다녀와본적이 없다.
영화제 자원봉사자에 지원도 해봤지만,
결국은 낙방!
우연에 인연이 겹쳐야만 서울 내, 혹은 교외의 영화제만을 찾았을 뿐이었다.

이유에 이유가 생겼다.
전주를 가야만 하는.
전주행 티켓과 영화 두 편을 예매했다.

하지만 전날, 고민이 되는 일이 생겼다.
업무적인.
회사를 나가야 하나, 전주행을 택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결국 나는 전주행을 택했다.
택해야만 했다.

오전의 전주는 좀 썰렁했다.
국제영화제라는 느낌이 좀 들지 않았다.
첫번째 영화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라인>
흑백영화, 재즈, 뮤지컬.사랑
이 세단어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였다.
영화는 생각보다는 지루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구성이라던지, (의도적인) 편집이라던지,
이런 부분은 조금 관람을 하기가 힘이 들기도 했지만,
음악과 결론이 마음이 들었다.

첫번째 영화를 보고 다시 전주의 거리로 나서니,
이제는 좀 영화제의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대충 점심을 때우고,
친구에서 선물할 책 한 권을 사들고 두 번째 영화를 보기 위해 향했다.

<암리카>라는 영화였다.
처음에 예매하고 싶었으나 매진이어서 하지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확인했을 때
좌석이 생겨서 기존에 예매한 다른 영화를 취소하고 예매한 영화.(뭐가 이렇게 복잡한지ㅋ)

재밌었다.
유쾌했다.
즐거웠다.
슬펐다.
안타까웠다.
아쉬웠다.
행복했다.

등등등.

그리고, 택시를 타고 친구가 있는 성당으로 향했다.
만날 수 있을지,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성당으로.
성당에 무턱대고 앉아있었다.
인연이 된다면, 운명이라면 만날 수 있겠지.
인연과 운명은 만들어나가는 거겠지.
사무실은 닫혀있고,
마음속으로만 빌었다.

"나와라. 나와라"

신도 분이 오셨고, 그 분의 도움으로 친구를 만날 수가 있었다.
낯설 수도 있는데,
추억을 기억을 먹고 산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했다.
그 친구와 만든 그 수많은 추억들이 감사했다.

돌아오는 길.
또 다시 외로워졌다.
매우.
많이.
엄청.
무지.

여행이라는 게 그렇다.
짧은 여행이든.
긴 여행이든.
여행 순간에는 그 다음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 = 일탈.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은,
처절한 고독과 외로움이 남는다.
더불어 일에 대한 두려움도.

내겐 사람이 필요하다.
내겐 사랑이 필요하다.
내겐.
내겐.
내겐.

행복해지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나의 짧은 여행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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