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 끝나고 있다.
내 생일 있어서 좋아하는 달, 사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생일이 있어서 좋아하는 달, 사월.
꽃이 피기 시작해서 좋아하는 달, 사월.

그렇게 좋아하는 달, 사월.

사월에 있던 내 생일은 미치도록 외로웠다.
사월에 있던 좋아하는 사람들의 생일은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다.
사월,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달, 사월.
사월의 끝자락에 섰다.

'사월의 끝'이라는 단어를 웅얼거리고 있자니,
어김없이 <사월의 끝>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어쩔 수 없는 연상작용.




오광록 아저씨를 처음으로 알게된 영화.

한 청년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기차를 타고 올 사랑하는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 옆에 중년 남자가 담배를 피고 있다.
청년에게 자꾸만 자꾸만 성냥불을 빌리는 그 남자.
중년 남자는 성냥으로 담뱃불을 부쳐주는 그 청년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렇게 한 번, 또 한 번.
마지막 성냥이 남았을 때 쯤인가,
청년은 누군가를 위해 남겨놓아야만 하는 것처럼 머뭇거리고,
남자는 이야기한다.
아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아내는 그 사람의 손이 참 예쁘다고 말했다고.
그래서 아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보고 싶었다고.
중년의 남자는 청년에게 단지 하나를 준다.
기차가 들어오는 플랫폼에서 청년이 남자가 준 단지를 들고 서 있다.
단지 뚜껑을 열자, 그 안에 있던 여자의 유골이
기차 바람이 허공으로 흩날린다.

마지막 장면 하며,
중간 중간 중년 아저씨가 바닷가에서
백사장 모래로 여자의 부조를 만드는 장면까지...
너무나도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사월의 끝'이 되면,
이 영화가 생각이 난다.

영화를 못 본지 너무 오래됐다.
이상하게 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지 않는다.

뭔가에 미친다는 것.
뭔가를 미치게 좋아한다는 것.
뭔가를 꾸준히 좋아한다는 것.

왜 내게는 이런 게 없을까.
항상 빠지게 되는 딜레마다.

그렇게.
이렇게.
사월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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