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꼭 시청률이 안 나오는 드라마만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항상은 아니지만!
<대장금>이 대한민국 열도를 휩쓸었을 때도 나는 <왕의 여자>를 봤었다.
그리고, <추노>가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지금!
동시간대는 아니지만 나는 <제중원>에 빠져있다.
물론 매시간 꼬박꼬박 챙겨보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처음에는 그냥 기사들만 보고, 새로운 드라마, 꽤 괜찮은 드라마라고 생각했지,
볼 생각을 못했다.
일단 사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인 취향과
한혜진과 연정훈의 조합이었다.

<제중원>에 대한 첫 기억은,
드라마 홍보차 <절친노트>에 나온 한혜진과 연정훈이다.
그래서 나는 이 두명만 주인공인줄 알았다.

하지만 스쳐가듯, 박용우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아 투 톱이 아니고, 쓰리 톱이구나 알게 되었다.
게다가 조금 더 보게 되니,
연정훈이 서브고 박용우가 메인!

그때부터 <제중원>에 대한 관심도는 급! 급! 급! 향상!
배우에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하나 보다. 

그 뒤 계속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어느날 딴짓을 하면서,
<제중원>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 8회정도 부터 시작해 다시 거꾸로 거꾸로.
8회, 7회, 6회...!!!!

일단, 박용우의 연기가 매우 마음에 든다.
역시 역시 역시.
그리고 개화기라는 시대적 배경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석란(한혜진)을 희한한 듯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 

그러고 나니, 스토리가 들어왔다.
솔직히 말하면 백정이 자신의 신분을 뛰어넘어 의사가 되다는 것은
흥미롭지 않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양반으로 태어났지만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유생이 아닌 의생이 되려고 하는 야심 많은 백도양이 있다는 것도
그닥 재미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Love. Love.Love.

결국 모든 드라마는 '사랑'으로 통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요즘 '사랑'이 간절하여,
'사랑'만 눈에 들어오는 것인가? 

석란. 신여성. 역관(양반은 아니지만 무역을 통해서 성장한 중간 계급)의 딸.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백도양과 연을 맺은 여자였다.
하지만 황정을 만나 조금씩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황정이 백정이라는 걸 아는 순간, 흔들리던 자신의 마음을 황정에게로 굳힌다.
신분에 흔들리지 않고, 사랑도 일도 선택하는 여인.

석란과 황정이 서로 바라보는 눈빛. 
아.
설렌다. 

한편, 백도양. 
석란이 황정에게 청진기를 선물한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이 황토로 약을 만들면서 서로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고,
도양은 석란이 자신에게 준 청진기를 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버리지 못한다. 
그게 백도양의 마음인 것이다.

백도양은
새로 온 제중원 헤론 원장이 의학조수로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묻는다.
왜 자신은 안되냐고.
헤론은 백도양에게 사대부로서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의사에게는 헌신과 희생이 따르는데,
백도양은 위에서 군림하려고 한다고.

백도양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른다.
그 시대로서는 정말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말로 자신을 변화시켜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말투를 바꾸고.

물론 지금 당장은 노력에 의한,
마음에서 우러러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일지라 하더라도,
자신의 꿈을 향한 백도양이 마음에 든다.

특별히 연정훈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지는 않기에!
만약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백도양의 배역을 맡았더라면.....
어쩌면 나는 그 백도양에 반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백도양과 석란이 이뤄지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석란이 백도양에게 점점 마음이 멀어져갔을 때,
석란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외쳐댔을 지도 모른다. 
원래 나는 처음에 서로 좋아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변하는 것을 싫어하니까.

하지만 이를 어쩌겠어.
아무리 백도양의 캐릭터가 좋아도,
지금의 나는 박용우의 연기가 좋으니.
석란과 황정의 그 애틋한 눈빛이 좋으니.
어찌 할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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