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번은 봐야할 것만 같은... 그런 공연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광화문연가>는 그리 땡기는 공연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랜시간... 일반인들에게 사랑 받는 걸 보니 한번은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나는 최대한 싼 가격으로 공연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좌석을 선호하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 보고 싶은 공연일 땐 

중간 정도의 좌석에서 공연을 본다.

하지만 딱히 보고 싶진 않지만 봐야만 하는 공연인 느낌일 땐

무조건 싼 좌석이다. 

그래서 <광화문연가>도 저렴한 좌석으로 예매를 했다.

사실, 엄기준+차지연 캐스트로 예약을 했었는데 일정이 있어서 취소를 했다.

내가 가장 보고 싶은 페어이다. 

다시 공연 볼 날짜를 정해야 하는데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날짜는 없었고,

결국 나는 엄기준+김호영 캐스팅으로 관람을 했다. 

 

공연을 보고 나서....

공연 자체에 대한 생각보다는...

(이 부분도 살짝 이야기하자면.... 나는 기본적으로 주크박스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다.

음악에 스토리를 끼워맞춘 것 같은 느낌이... 솔직히 별로다.

하지만 이 공연에 대한 최종 감상은....

볼만하구나.

공연 마니아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직관적인 스토리와 익숙한 멜로디를 좋아할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공연을 일반인보다는 많이 보는 사람으로서,

어색하고... 'Why'라는 질문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이정도 울컥하고 이정도 신나면 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랄까.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를 잘 모르는 것도 나에게는 긍정의 요소였던 것 같다.

아는 사람은 그 나름대로 좋았겠지만.)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결국 이 작품에서 내 1순위 선택 요인은 '엄기준' 배우였다.

솔직히 그의 노래가 나를 만족시켜 주지는 않는다.

역으로 차지연 배우의 노래는 나에게 희열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도 내가 차지연 배우가 아닌 엄기준 배우를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엄기준의 '베르테르'였던 것 같다. 

 

엄기준 배우를 기억하는 건 2005년 학전 블루 <헤드윅>와 

실제 봤는지 영상으로 봤는 지 가물 가물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그 좁은 소극장에서 맞이한 엄기준 배우의 <헤드윅>은 나에게 전율을 가져다 주었고,

실제 본 건지, 봤다고 믿는 건지 가물 가물한 <베르테르>에서 엄기준 배우가

"돌부리에 걸렸어요. 넘어졌죠. 그래서 무릎이 깨졌어요. 그래서 아파요. 그 돌부리가 제 무릎을 때렸어요. 막......

제 무릎을 때렸어요. 그러다가 제 가슴으로 성큼 성큼 올라와서는 제 가슴을 때려요. 그래서 시퍼런 멍을 만들더니,

절 낭떨어지로 밀어요. 그 돌부리를 어쩌죠. 어쩌면 좋죠. 그런데 전 그 돌부리를 어쩌지 못하겠어요."

라고 말하던 그 장면.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엄기준이라는 배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기준은... 그가 나오는 콘텐츠를 무조건적으로 봐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인것 같다. 

 

<광화문연가> 역시 뭐랄까.

그의 눈물이면 충분하다는 느낌이랄까.

사람이라는 게 정말...

배우라는 게 정말...

한 장면, 한 캐릭터가 중요한 것 같다.

 

+

김호영 배우, 연기는 최고였고 노래는 살짝 호불호가 있었는데

이 공연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차지연 배우의 캐스트로 한번 더 보고 싶기는 하다.

굉장히 뜬금없이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와 <저지 보이스>가 생각났다.

+

비즈니스적으로 캐릭터를 좀더 정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뭐, 크게 상관 없는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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