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가 보고 싶은데,

그냥 편안한 걸 보고 싶었다.

무언갈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감정의 큰 소비도 없이,

그냥 무난한 무언가를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수상한 그녀>는

좋아하는 배우 심은경의 출연과 음악을 다룬다는 사실 때문에

극장에 가서 관람을 했던 영화였다.

한국 영화가 일본에서 리메이크가 되었다는 사실에 선택!

 

재밌는 건,

일본판을 보는데... 한국 영화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사실.

한국판과 일본판이 차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한국판 <수상한 그녀>의 내용이 정말 생각나지 않았다.

아주 중요한 모티브들 몇 개만 생각나고,

어떤 관계였는지 어떤 전개였는지 어떤 결말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그 영화를 볼때 어떤 감정들을 느꼈었는지 감상 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에 카메오로 등장한 남자배우만 명확하게 기억날뿐.

 

아- 내가 한국판을 그리 인상 깊게 보지 않았구나.

일본판 역시, 비슷 했다.

사실 자식과 부모 관계는 좀더 끈끈하게 그려놓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일본판 역시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 것 같다.

 

무난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크나큰 울림은 없었던.

 

다만, 영화를 보던 중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는데...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버렸다.

몇 달전 외할머니가 암 선고를 받으셨다.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지방에 사는 엄마가 서울에 올라와

외할머니의 병간호를 한다.

말기라서, 적극적인 치료를 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엄마와 함께 사는 것은 아니지만,

아픈 할머니를 바라보는 엄마를 바라보는 것이 참 힘들다.

다가오는 할머니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병마로 인한 고통에 가슴 아파하는 엄마의 모습에 내가 자꾸 눈물이 난다.

 

"늙고 나이를 먹으면 누구라도 아프지 말고 그냥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어."

 

가족 여행을 계획 중이었는데,

외할머니 때문에 취소를 하자는 전화를 끊고 나니

눈 앞에 이 영화 <수상한 그녀>의 한 장면이 멈춰 버렸다.

 

영화보다 슬프고 아픈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인데,

영화처럼 인생이 판타지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판타지가 될 수 없으니까.

 

영화 자체에 대한 감상보다도

이런 저런 개인적인 생각이 든 영화였다 .

 

+

 

나중에 한국판 <수상한 그녀>의 감상평을 찾아보았는데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오래 오래 남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던 듯 싶다!"여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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