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서 스토리를 기대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나의 욕심일 뿐인 것일까.

뮤지컬을 볼 때, 가장 아쉬운 점들이 바로 스토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아니어도 볼거리가 있으니 괜찮다는 것인지.

 

<풍월주>는 조금 보고 싶은 뮤지컬이었다.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이라는 사실도 조금 관심을 갖게 했고, 주위에 이 공연을 기대하는 눈길들이 좀 많았었다.

어떨까.

어떤 공연일까.

남자 기생 이야기라는 사실 하나 외에는 아는 것 하나 없었다.

 

공연을 보기 직전에 동성애 코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성 여왕과 남자 기생(), 그리고 그 운주(객주)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열의 가장 친한 벗인 사담과의 삼각관계.

동성애 코드에 그리 큰 거부감은 없으니그냥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에서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무대는 단순했다.

계단 형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객석 위, 천정에 걸어놓은 홍등(?)이 인상적이었다.

고대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의상은 오히려 중세 유럽을 떠올리게 했다.

, 일단은 나쁘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이 진행이 되며,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이거 시대상만 신라로 바꿔놓았을 뿐, 결국은 호빠 이야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바람과 달의 주인인 풍월주라 불리며 귀한 부인들을 모시는 남자 기생.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녀들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천한 신분.

허드렛일을 하는 사담이 그녀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열이 그 모습을 보고 자기 목숨을 걸고 대들고열을 좋아하는 진성여왕이 그 모습을 보고 질투를 하고

 

솔직히 말하면

내가 딱 싫어하는 스토리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하나가 있고, 가난하고 천한 신분(특히 성노동자…)이지만 너무 매력적인 사람 하나 있고, 그 사람을 곁에서 지켜주는 오랜 친구 같고 착하기만 한 사람 하나 있고권력을 가진 사람이 둘을 갈라놓기 위해 음모를 꾸민고오랜 친구(연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위해 자신이 물러나고….

 

성별만 바꾸어놓았고시대만 바꾸어놓았지.. 무수히 반복되어온 줄거리이다.

동성애 코드적인 측면에서는 <후회하지 않아>도 생각났고, 시대적인 배경, 동성애 코드로 <쌍화점>도 생각났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결국은 비슷비슷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비슷한 줄거리를 가지고도 <풍월주>만은 특색을 만들어 놓았어야 하는데그런 게 없다.

나는 연극 <>를 좋아하는데동성애 코드뿐 아니라 시대적인 배경이나 왕의 고뇌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뮤지컬도 시대를 가지고 왔으면 그에 따른 플러스 알파를 보여줘야 했는데

내 눈에는 그게 보이지 않았다.

이 뮤지컬은 무조건멜로다. 아주 슬프고 절절한 남자와 남자의 사랑.

근데 그것만으로는 나를 감동시키지 못했다.

물론, 내 감정이 메말라서일 수도 있지만.

내 친구도 울고, 주변에 우는 여자 관객들이 꽤 있었다.

 

꽤 뮤지컬 공식에 잘 짜여 있는 짜임새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내게는 감동이 없어서 조금은 애매모호한 공연이 되어버렸다.

다만, 열을 맡은 성두섭 배우와 사담을 맡은 김재범 배우…….

....

목소리도 좋고.

성두섭 배우님은 예전에 한 두어 작품 공연을 보기는 했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타마키 히로시 닮을 듯.

살이 굉장히 많이 빠진 것 같은데어쩜 그렇게 샤프해지셨는지.

하핫.

김재범 배우는 연기가 굉장히 좋았다.

 

 

 

두 배우를 보는 즐거움은 꽤 괜찮았다.

아마 팬들한테는 굉장히 좋아할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열이 좀더 메인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어쨌든 두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니까) 오히려 사담 캐릭터가 좀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안타까운 건 진성 여왕 역을 맡은 여배우.

노래는 괜찮았는데…. 연기가영 몰입이 안 됐다.

특히나 칼을 들고 위협하는 장면.

굉장히 카리스마가 넘치고 위엄 있어 보이는 캐릭터여야 하는데

(나름 여왕으로서의 고뇌 등을 좀더 잘 보여줬다면 캐릭터가 더 살지 않았을까)

그녀가 칼만 들면…. 애가 장난감 칼 들고 장난하는 것 같은 느낌이니.

가장 많이 아쉬웠다.

 

넘버는…. 나름 다시 듣고 싶은 넘버들이 있긴 한데...

굉장히 팝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임팩트가 조금 더 강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몇 곡은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한가지 더.

칼춤 추는데좀더 멋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초반에 3명이서 출 때.

칼춤은 나의 편견일지는 몰라도…. 괜히 딱딱 맞아야지 더 멋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춤도 공연을 관통하는 중요한 소재인데

좀더 멋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사실좋았던 부분도 있었고아쉬웠던 부분도 남는...

그런 작품이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내 의견에 함께 본 친구는….

운주 안에서 풍월주들이 겪는 일들을 보면서 사회 생활의 힘듦도 느꼈다고 했고

열과 사담의 사랑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고 한다.

. 똑 같은 걸 봐도 느끼는 건 다들 다르니까.

기회가 된다면 다른 캐스팅으로 한번 더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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