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소란극이 너무 좋다.

 

이제 나의 개인적인 취향을 너무 잘 알겠다. 나는 소란극 혹은 시추에이션 코미디에 반응하는 것 같다. <게이 결혼식>은 뭐 때문인지 몰라도 오픈할 때부터 보고 싶은 연극이었다. 포스터였는지 아니면 정말 파격적인 제목 때문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명확히 기억나는 한 가지는 출연 배우들!‘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관심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것이었다.

 

# 게이 결혼식의 매력적인 배우들

 

아버지(에드몽) 역할의 서현철 배우님코미디 연기 참 맛깔나게 잘 하시는 배우로 머리 속에 각인되어 볼 때마다 즐거워지신다. 내가 왈가왈부할 주제는 못되지만 진짜 리얼리티 넘치는 연기랄까. 연기를 하는 건지, 실제 생활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그게 너무 좋다. 그 분이 나오는 공연이나 하는 연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최근 조연급으로 브라운관에서도 종종 뵙게 되어 더욱 반가운 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 급인(실제로 연극을 보니, 전 캐릭터가 다 주인공 같다) 앙리 역의 배우들이다. 쓰리 캐스팅인데…. 누구 한 명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개인적인 연유로 다 한 번씩은 보고 싶은 배우들. (작품이 마음에 든다는 전제 하에.)

우선 최덕문 배우님. 서현철 배우님이 무대에서 보고 좋아하게 된 케이스라면 최덕문 배우님은 드라마로 시작했다. 드라마 <마왕>에서 얼굴을 익혔고, 그 뒤 드라마 스페셜에서 종종 뵈었고, 최근 종편에서 방영된 <발효가족>까지. 나오실 때마다 인상이 얼마나 깊으시던지. 연극 <서울노트> 때도 무대 위에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다른 배우님으로 보고 말았다.

그리고 최대훈 배우님. 하나가 좋으면 열이 좋은 성격.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에서 아식스라는 배역으로 등장했는데아무리 조연이었어도 드라마가 좋으면 배우까지 좋아진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다시 한번 재회. 다시 한번 그 분의 연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이 모든 것을 뛰어 넘을 마지막 한 사람. 바로 이..!

 

 

 

요즘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바로 그 배우 말이다. 처음 관심 갖게 된 건 박연선 작가님의 작품인 <난폭한 로맨스>! (, 그러고 보니 최대훈 배우님을 알게 해준 <얼렁뚱땅 흥신소>도 박연선 작가님의 작품이었는데) 그 뒤, 이희준 배우님이 나온 단막극이나 <화차> 등을 보며 나홀로 애정을 키워왔다. 솔직히 넝굴당도 안 봤었는데이희준 배우님이 나오신다기에, 참다 참다 참다 보기 시작. 이희준 배우님이 나오는 장면만 중심적으로 봤다.

솔직히 이 캐스팅 중 가장 보고 싶은 배우가 최근 애정이 돋고 있는 이희준 배우님이지만 누구 하나 포기하기는 좀 힘들어서 막 막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물론, 가장 보고 싶은 건 이희준 배우님. 어떤 캐스팅을 봐야 하나 고민도 되고, 공연 기간도 길어서 계속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신한카드 올댓컬쳐 핫세일에서 당일 공연 50% 할인 발견! 게다가 캐스팅이 이희준. 이건 무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고민의 여지를 없애준 완벽한 할인율과 캐스팅. 나는 그렇게 공연장으로 향했다.

 

# 쓸데 없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

 

여기서 주석을 달자면…. 정말 쓸데 없는 이야기이기는 하나 비씨라운지나 신한카드 올댓컬쳐참 좋다. 내가 현대 카드는 안 쓰니까 그쪽은 잘 모르지만신한카드, 비씨카드의 이용자이자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름 혜택을 보는 것 같다. 오늘도 비씨라운지에서 만원의 행복으로 <엠 버터플라이> 예매하려다가 컴터 오류 때문에 실패했지만

 

나는 공연은 주로 혼자 보는 편이고, 객석 입장할 때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기 싫어서 조금 일찍 입장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처음 하는 경험을 했다. 입장해서 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내 자리 양 옆으로 남정네 한 명씩이 앉아 있는 것. 중년인줄 알았으나 그렇게까지는 중년이 아닌 듯한 남성 분 한 분이 내 좌측에 홀로, 조금 젊은 듯한 남자가 내 우측에 홀로. 솔직히 여자 중에는 혼자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자가 혼자 온 건 자주 보지 못했다. 물론 아예 못 본 건 아니지만정말 양 쪽이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게이의 결혼식이라는 아직은 민감한 소재인데다가 코미디라고 알고 있었는데내가 그 남자들(?) 틈에서 마음껏 웃을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됐다.

...

난 미친 듯이 웃었다. 정말양 쪽 아예 신경 쓰지 않고.

 

# 웃고 싶다면 과감하게 선택하라

 

웃길 줄은 알았지만 정말 이렇게 까지 웃길 줄은 몰랐다. 처음에 이희준 배우님 등장. 솔직히 너무 좋았다. 그냥 실물을 보는 것만으로. 내가 요즘 그분께 푹~ 빠지기는 했나 보다. 희한하게 느끼하게 생긴 사람도 좋은데조금 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소...놈 같이 생긴 사람도 좋은가 보다. 좋아하는 배우 중 내 생각에 비슷한 라인(?)이 윤희석, 박희순 그리고 이희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외모와 상관 없이 반하게 되는 포인트가 각양각색이다.

 

무튼이희준님은 실물이 훨씬 잘 생기셨다. 하지만 그 분에게 채 감탄하기도 전에…. 극에 빠져버렸다. 바람둥이 독신남 앙리(이희준)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하기 위해 게이 결혼(배경이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프랑스이다)을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연극인데. 진짜 재밌다. 특히나 주인공과 결혼하는 친구 역할의 배우가 정말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김늘메라는 개그맨 출신의 배우였다. 개그맨들을 왜 희극 배우라고 하는 지 알 것 같다. 유쾌하고 즐겁다. 감동이 큰 연극은 아니지만 의미 하는 바도 나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연극이 아닌가 싶다. 상황 상황, 행동 하나 하나가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제목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절대 절대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동성애라는 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뿐더러, 결국은 이성애와 동성애에 관계없이 그저 사람이 살아가고 소통하는 이야기일 뿐이니까. 다른 캐스팅으로도, 혹은 이희준 배우의 공연으로라도 다시 한번 보고 싶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봐도 좋을 그런 연극이 아닌가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게 만드는 그런 연극이었다.

 

P.S 이 글을 저정해놓은 사이에 이 연극의 제목이 바뀌어버렸다.

<게이 결혼식>에서 <웨딩 스캔들>로.

솔직히 싫다. <게이 결혼식>이 훨씬 훨씬 훨씬 낫다. 

<웨딩 스캔들>은 그냥 너무 노멀한 로맨틱 코미디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 역시 위에 써 놓을 걸 보니 제목 때문에 거부감을 가질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긴 했지만....

정말 그게 구매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아- 잘. 모. 르. 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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