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드라마 작가로 밥을 벌어먹고 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세상에 신이 존재하여 나에게 단 한가지 재능을 준다면,
0.5초의 망설임도 없이 '글'이라 대답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으면서도,
왜 드라마 작가로 밥을 벌어먹고 살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초등학교 시절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축적인 언어로 감정을 표현해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고 느껴졌다.
소설을 쓸까? 아니야, 아니야. 시점 등 생각할께 너무 많아.

드라마를 쓰자.
드라마가 가장 쉽기 때문이 아니었다.
드라마 속에 시가 있고, 소설이 있기 때문.
훗. 거짓말
가장 익숙했고, 가장 가까웠고, 가장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머리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내 이야기들은 언제나 상상 속에 머물렀을 뿐, 활자화가 되지 않았다.
그냥 드라마 PD가 되어서, 단막극 정도 써서 내 글로 연출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글'이라는 건 어차피 나이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말처럼 '가내수공업'인데...
언젠가는.. 이라는 네 글자를 마음에 품고.
 
시놉시스까지는 여러번 작성해봤지만, 실제적으로 대본까지는 완성을 시키지 못했다.
드라마 작가 관련 카페에 올려놓았던 단막극 한편. 대학교 시절 수업에서 만든 단막극 한편.
끝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두 편이 전부.
 
드라마 PD도 못되고, 드라마 공모전도 한번 참여하지 못하고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살던 27살의 나날들.
올해에 이번만은....언젠가는...이라는 네 글자에 다가가보자. 라는 결심이 섰다.
 
 2010년 SBS 미니시리즈 공모전에 참여했고,
단막극 정도밖에는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16부작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2회분량의 대본도 완성했다.
회사를 다니며, 새벽 3~4시까지 글을 쓰면서도 힘든 줄을 몰랐다.
그 모든 느낌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고, 날 즐겁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퇴고를 할때마다 조금씩 나아진다는 게 즐거웠다.
 
그렇게 잊고 있던 꿈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첫번째 공모전, 물론 1차 탈락이었다.
하지만 탈락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글을 쓰던 그 순간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결국은 절망 아닌 희망, 희망 아닌 절망.
노력하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
재능이 없다면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는 절망.
 
고민이 많다.
다작을 한 것도 아니고, 이제 걸음마 단계인데다가 대본쓸때 기복이 심한 편이며, 성실함도 그닥이다.
MBC 단막극에 제출할 시놉은 또 대본의 끝을 보지 못했다ㅠ
이제 회사를 그만둔다.
회사에는 MBC 미니시리즈와 KBS 드라마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그만둔다고 말했다.
일정 부분은 사실이고, 일정부분은 거짓이었다.
 
경제 생활을 하지 않고 글만 쓰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경제 생활도 무시할 수가 없기에...
한달 빡세게 준비한다고 바로 뭔가를 기대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한달 정도는 공모전에 매진해 볼까 하는 생각.
드라마 작가를 내 인생의 최종 목표로 삼아도 되는 것일까.
 
경제 활동은 해야하는데...일을 하면서도 정말 글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아예 재능이 없는 건 아니지만 타고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에 비하면,
미약하고 보잘 것 없는 재능.
그러면 다른 사람들 보다 수백배의 노력을 해야할 텐데.
드라마 작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도움이 되는 일은 무엇일까?
 
솔직히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
원한다는 것은 가벼운 마음이어서는 안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그냥 드라마 작가는 인생의 별책 부록 정도로 생각해왔다.
인생은 인생 나름대로 살면서 인생과 별개로
그냥 꾸준히 노력하여 얻게 되길 바라는 본 책보다 더욱 갚지고 사랑하게 될 별책 부록.
드라마 작가를 향해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
두려움.
 
뭐, 이 기나긴 글의 끝은 이거다.
일을 하면서도 드라마 작가를 준비할 수 있을까?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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