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전화는 무엇일까?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는 전화?
혹은 누군가의 사고를 알리는 전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전화는,
대답도 없고 침묵도 없는 전화일지도 모른다.

참 나쁘구나.
아니, 조금 밉구나.

잘못 눌려버린 통화버튼.
아무리 불러봐도,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나를 찾는 목소리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웃고 떠들고,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누군가들의 목소리.

그 누군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나는,
그들이 알고 있는 수화기 밖의 나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버리는 순간.

누군가를 상처입히려는 의도없이,
상처주는 순간.
상처입으려는 마음 없이, 상처받아버리는 순간.

이 순간을 상처라고 말하는 것도
우습고 우습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그런 거거든.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이 되는 나날들이 있다.
그저 한 걸음 떼는 것조차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날이 있다.
그렇게 자꾸만 자꾸만 뒷걸음을 치고 싶은 나날들 있다.

그런 나날들에,
이런 일은,
웃고 지나쳐 버리기에는,
참 아프다.

많이 나약해졌구나.
많이 솔직해졌구나.
먆이 용감해졌구나.
많이 외로워졌구나.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