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이유없이, 너무나 우울했다.
아니, 이유 없다 여기며 우울해했다.

미숙하고 완벽하지 못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큰일을 해결했으니
그리 슬퍼하거나 우울할 것이 아니었다.

일 때문에 욕 좀 먹고, 많은 이들을 힘들어하게 만들어 조금은 찝찝하고 짜증이 났지만
불가항력이 너무나 심했기에 자책에 휩싸일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옥죄어온 그것.
숨통을 막고 왈칵 눈물이 나게 만든 그것.
그것의 존재를 알 수가 없었다.
완벽하지 못함. 그것에 따른 불만족.
그것만은 아닌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

암흑은 아니았지만
희뿌연 안개가 가득한 어딘지 모를 길을 걷고 있는 듯한 그 느낌.
자꾸만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그런 밤이 지났다.

그리고 아침.
그 하루가 지난 다음날.
씻다가 문득 한 단어가 생각났다.

스.포.트.라.이.트.

내가 받지 못한 그 스포트라이트.
내가 받을 이유가 없었던 그 스포트라이트.
하지만 서 있어야만 했던 그 자리.
나를 비켜간 그 무수한 불빛들.
그 자리에 있었지만 받을 수 없었던
스.포.트.라.이.트.
어쩜 나를 그토록 괴롭힌 건 그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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