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존재의 취향이란,
어쩔 수 없나보다.
전혀, 기억이 남지 않는다.
정말 과제만을 위한 감상이었을 뿐일까.
2005년에 본 오페라 <라보엠>인데....정말 단 한 순간도 기억이 없다.
그리고, 더불어.
참.... 글 못 썼다.


오선지 위에 그려진 사랑 노래

오페라 <라보엠>을 보고



지금까지 큰 무대에서 하는 오페라를 본 적이 없다. 고작 텔레비전을 통해 ‘나비부인’등의 조각영상을 보거나, 작년 학교 음대 학생들의 워크샵 무대로 ‘피가로의 결혼’을 본 것이 나의 오페라에 대한 경험 전부이다. 성악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오페라는 어쩌면 조금은 어려운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라보엠을 본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교수님께서 나눠주신 줄거리를 보면서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겼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오페라’라고 하면 너무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었었는데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고 보니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로롤포와 미미의 사랑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줄거리만으로도 슬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랑이야기 뿐 아니라 등장인물 대부분이 예술가, 철학자라는 것도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일까? 로롤포와 마르첼로가 원고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장면은 나의 인상에 깊이 박혔다. 예술가, 혹은 철학자라는 사람들이 겪는 생활고 등이 느껴졌다. 그러나 아무리 춥고 배가 고프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원고를 어떻게 태울 수 있을까 하는 작은 의문을 들기도 했다. 그런 의문과 함께 난 점점 라보엠 속으로 빠져들었다.

네명의 예술가 친구들은 조금은 장난꾸러기 같기도 한 모습이었다. 집세를 받으러 온 주인 노파를 쫒아 보내는 장면 등은 중요하지는 않지만 웃음을 선사해줬다. 그리고 로롤포가 미미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아주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 한 눈에 빠지는 사랑이 부러웠던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1막에서 “사람들은 나를 Mimi라고 부르지만 내 이름은 Lucia”라는 미미의 노래를 들으면서 잠시 잠깐 무대 위의 여주인공을 꿈꿔보기도 했다.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에서는 예술가로서의 그의 인생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능숙한 작업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열쇠를 숨겨놓은 그 센스에 내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2막에서 무제타의 아리아 ‘Quando me'n vo’는 짧으면서도 매우 강렬한 느낌이었다. 바람기 많은 무제타가 돈 많은 관리 알친도르와 함께 나타나 마르첼로의 관심을 끌려고 부르는 노래라는데 그 분위기에 딱 맞아떨어졌다. 약간은 사치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이미지 때문인지 마지막 장에서 죽어가는 미미를 위한 그녀의 행동이 더욱 눈물겨웠었다. 그리고 헤어질 작정을 하고 있는 미미와 로돌프가 서로를 위로하는 부분은 감미로운 선율과 그럴 생각이 없는 마르첼로와 무제타가 말다툼을 하고 욕하는 장면이 한 덩어리가 되어 인상 깊은 4중창이 됐다.

마지막 장은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웠다. 아파서 죽어가는 미미, 결국 그녀가 마지막까지 곁에 있고 싶은 사람은 로돌포였다. 미미를 안타깝게 보는 그의 친구들과 특히 무제타의 마음씀이가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도 애잔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귀거리를 팔아 약값을 대고, 미미의 마지막 소원인 손을 녹여줄 토시를 사러 나갈 정도로 연민과 잔정도 있는 무제타가 인상 깊었다. 마지막에 로롤포와 미미의 회상장면이 지나간 후 무제타 등 사람들이 돌아온 뒤 미미가 숨을 거둔 것을 알고 '미미!!'하고 절규하며 미미의 시신위에 몸을 던지며 울부짓는 장면은 정말 슬픈 장면으로 기억 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오페라가 어렵고 조금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오페라를 봤을 때는 솔직히 누가 테너이고 누가 바리톤인지도 잘 알지 못했다. 음악 쪽으로는 전혀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페라가 끝난 후 줄거리를 알고 봤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었듯이 ‘라보엠’을 이해하기 위해 이에 대한 지식을 찾아봤다. 잘 몰랐지만 나중에 그들이 실존 인물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Tenor인 시인 로돌포(Rodolfo-Rodolphe)는 대본의 원작자 H. Murger 자신이라고 한다. 또한 Bariton이었던 화가 마르첼로(Marcello-Marcel)는 Murger과 같은 집에 살았었던 Champflueny라는 작가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Bass인 철학자 콜리네(Colline-Colline)는 Jean Wallon을 모델로 한 것인데, Wallon은 학구적인 분위기의 신학생이었다고 한다. 또한 Soprano 미미(Mimi-mimi)도 Lucile이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라보엠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영상을 봤더라면 더욱 좋은 감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연극이나 뮤지컬에 비해 오페라는 사전 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는 조금 더 관심있게 오페라를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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