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다르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달랐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내게 언제나 '매력' 그 자체였다.
아마도 <미술관 옆 동물원> 때 부터였을까.
내가 '사랑'에 대한 그러한 가치관을 갖게 된 것은.
미술관을 좋아하던 여자와 동물원을 좋아하던 남자.
그 두 사람의 마지막 장면은 미술관에서 나오는 남자와 동물원에서 나오는 여자가 서로 만나는 것이었다.

사실 <거미 여인의 키스>를 보면서 <미술관 옆 동물원>이 생각 났던 것은 아니었는데...
연극을 본 지 한참이 지나 이렇게 기억을 끄집어 내니,
'서로 다른 두 사람'이라는 것이 그 영화를 생각나게 했나보다.

<거미 여인의 키스>는 꽤나 보고 싶은 연극이었다.
민음사의 트윗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최근,
<거미 여인의 키스>에 대한 트윗을 몇 번 읽었었다.
사실 내용은 상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참 좋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읽던, 연극을 보던, 꼭 <거미 여인의 키스>와 만나겠다고 다짐했었다.

특히나 연극의 경우,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정성화 씨가 출연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보고 싶었다.
우연히 아는 동생의 초대로 <거미 여인의 키스> 티켓을 손에 쥐게 되었고,
더군다나 정성화 씨의 공연이라는 사실에 거의 백배 흥분하여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연극을 보는 내내 <브로큰백 마운틴>이 많이 생각났었다.
극한의 상황,
예를 들어, 이성과의 만남이 차단된 상황에서 끌리는 남성의 '성'을 과연 사랑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이라는 공간이, 어쩔 수 없으니까.

하지만 <거미 여인의 키스>에서 이런 공간적인 상황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동성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서로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특히나, 정성화 씨가 맡은 배역은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남자.
그녀는 말을 한다.
같은 동성애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그녀는 수동적인 여성상을 갖고 있다.
표현은 좀 그렇지만 남자에게 지배 받는 것을 좋아하는.
여성은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여성은 약하다는.

하지만 냉소적인 게릴라, 발렌틴은 혁명을 위해 사랑마저도 이성으로 제어를 한다.
감성적인 몰리나(정성화 분)와 이성적인 발렌틴(김승대 분).
이 두 사람의 만남.
왠지 가슴이 아프고도, 이해가 되었다.
특히나, 발렌틴을 더 닮은 내게.
몰리나와 같은 사랑을 받고 싶다고 생각되어진 그런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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