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너무 기억이 안 난다.
미안할 정도로.



- 2007.05.12 21:50 에 작성한 글



연극, 유쾌한 유령.
갑자기 무대에 푹~ 빠져버린
벗으로 하여금,
갑자기 급작스럽게 결정되어버린
사전 정보가 별로 없었던 연극이었다.
 
일단은 화려한 무대가
관객의 눈길을 끈다.
아주 작은 소극장이지만
고풍스런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저택의 거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꽉차고 알찬 무대,
그리고 엔틱한 소품들이
처음부터 굉장히 정성들여 구성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초반의 연기는
너무나 연극적이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점점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을 끌어주는 흡입력이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반의 생각들은 사라지고
연극에 집중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소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지식이 없었기 때문일까.
처음에 연극이 끝났을 때
굉장히 재미있고 유쾌했지만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상황에서 발생하는 웃음은 있었지만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과
사건을 발생시켰던 원인이 너무 허무했다라고 할까.
나는 유령이 된 아내가 나타난데에는
뭔가 남다른 이유와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그래서 확실히 이 연극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해야만 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팜플렛을 다시 한번 자세히 읽자
내가 무엇을 간과하고 있었는지,
또 어떤 고질병에서 헤어나지 못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말 그대로 이 연극은
그 연극의 주인공인 작가와 부인 등
소위 지식인층, 그리고 상류층이라 일컫어지는 이들의
오만과 허영, 위선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저 그들의 삶을 마음껏 비웃어 줬으면 됐던 것이다.
 
난 또 무엇인가 연극에서 의미를 찾으려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휴머니즘 병과 같이..
뭔가 따뜻한 무엇인가가 있기를 기대했었던 것 같다.
 
오래간만에 본 연극이
즐거워서 기분이 좋았고,
무엇보다 마술 기법도 그렇고
실제적으로 마지막에 무너지는 집을 표현한 것도 좋았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연극을 봐서,
좋은 사람과 연극을 봐서,
소중한 시간이 된 하루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