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란 여자는
뭘 하나 보더라도 참, 많이
고민을 하면서 보는 구나.
그냥 좋으면 좋은 거고,
별로면 별로인건데.
왜 그게 안 될까.


- 2005.08.10 13:59에 작성한 글



카페에 올라와 있는 수 많은 연극 중 '나비'라는 연극이 눈에 띄는 이유는 물론,
할인 티켓이 있었기 때문이지만...ㅡ.ㅡ;;;;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2004 뉴욕Off Broadway Urban Stage Theater 초연작
“2005 서울연극제” The 26th Seoul Theater Festival 공식참가작
“2005 서울연극제” The 26th Seoul Theater Festival 연기상 수상

이라는 화려한 경력과 위안부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나의 관심을 끌었다...
 
연극 자체를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자세한 내용은 보지 않고..
연극을 보러 갔다... 조명으로 만들어 놓은 바닥의 나비 모양이 아름다운 무대가 너무 반가웠지만...

그러나...너무 오랜만에 보는 연극이라서 그런지...
초반에는 연극에 쉽게 집중할 수 없었다.
어설픈 분석과 비평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물론...분석과 비평은 필요하지만 연극 관람을 모두 끝난 후 해야하는데..
의문점과 궁금점, 아쉬움과 감탄들이 뒤섞여 연극 하나에 집중할 수 가 없었다..)
 
연극 '나비'를 보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의 어설픈 여성주의와 연극의 문학성에 대한 충돌이었다...
'위안부'라는 소재를 다룸으로서 사회에서 무겁고 어두운 부분으로 치부되며,
혹은 관심밖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날카러운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연극은 하나의 예술로 직설법보다는 은유나 비유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박할머니의 대사는 거의 웅변에 가까웠다. '
위안부'에 대한 현실과 사실에 대해서는 관객이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줬지만 이는 거의 설명에 가까웠기때문에 가슴을 울리고 마음을 울리지는 못했다. 박할머니 역을 맡으신 배우분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발성이 진짜...부러울 정도로 너무나 훌륭하셨고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주신 것 같다..그러나 박할머니의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억양과 톤, 높낮이..배우들간의 앙상블이 완벽하게 느껴지지는 않아 이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 김할머니의 태도 변화의 개연성 등 초반부는 그렇게 나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지는 못했지만..후반부로 갈수록 극에 몰입하게 해주는 뒷심은 강한 것 같다. 조명을 사용한 연출법이라던가 과거와 현재와의 디졸브라던가 연출쪽으로도 어필이 강하게 됐으며 연기는 거의 신에 들린 듯 사람을 끌어당긴다...멋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등장하는 어설픈 여성주의...
결국은 숨기고 살기를 조장하는 사람이 '어머니'라는 사실이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자식의 치부를 감춰주고 싶은 것이다....보호해주고 싶은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가 있지만 그것이 결국은 보호가 아니었기 때문에....하나의 억압이며, '위안부'를 바라보는 하나의 억압의 눈초리를 대변하는 것만 같아서....그리고, 은폐하고 숨기기를 조장하는 것만 같아서...'어머니'가 참...걸렸다......왜 결국 '하나꼬'와 '어머니'...여성과 여성의 갈등이 되어야 하는가....뭐~ 이런 정리 되지 않은 생각들이...'나비'를 본 내 감상이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
일본의 진상규명과 진실된 사과를 위해...
위안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상처받은 우리나라의 여인들이....
김 할머니처럼...누에고치처럼 꽁꽁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
나비처럼 훨 훨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무대를 봐서...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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