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친구가 준 시너스 영화 관람권을 사용해야한다는 생각 밖에는....
잘못이 있다면 아마도 많은 시너스 영화관 중 하필이면 고속버스터미널을 선택했다는 것이겠지.
끝까지 이수랑 강남을 놓고 고민했는데...
어쩜 지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나는 처음부터 떠나고 싶어 시너스 센트럴을 선택한 것일지도...
영화도 그렇다.
정말 보고 싶은 건 시라노 연애 조직단인데 그 영활 혼자보기가 왜 죽기보다 싫은 것인지...
한두번 혼자 영화 본 것도 아니면서.
그냥 나도 모르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선택해버렸다.
어제 유럽여행을 했을 때의 일기를 읽어서 였을까...
중년 여성도 아니면서 어찌나 감정이입을 심하게 해버렸는지...

하지만 이 충동적인 여행의 이유가 단지 영화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오늘 현관문을 나서기 전부터,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부터,
어쩜 더 그 전부터 나는 떠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내겐 핑계가 필요했다.
떠나기 위한 핑계가.
아무 이유 없이 떠나는 건 역시나 어려우니까.
특히나 나이 27살에 가족으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는 더욱이 이유없는 여행이란 쉽지가 않다.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제를 핑계삼아 떠나보자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가 끝나고 난 후 내가 정말 떠날수 있을까라는 생각만이...
영화 속 주인공 처럼 1년도 아니고 고작 하루 이틀의 여행에 이런 요란벅쩍한 고민질이라니...
내가 우습기도했지만
남아도는 시간에 비해 내게는 미치도록 돈이 없었고 미래는 불투명했으니까.

영화가 끝난 후 일단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낼 볼 수 있는 영화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곤 이어지는 예매질.
하지만 내일 부산에서의 영화를 예매하면서도 확신이 없었다.
오늘 새벽 한시까지 고속터미널에서 홀로 밤차를 기다릴 자신도 없었고, 부산에 가서 홀로 숙식을 해결해야할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질러 버렸네.
결국은 1시행 버스표를.

아마 나는 내일 아침을 부산에서 맞이하게 될 것 같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승전보 마냥 벗들에게 나의 행선지를 알리고, 짧은 여행 아닌 여행을 함께 해줄 책 한 권을 사고 나니 급격히 기분이 좋아지고 조금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까짓 백수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자!
넷북과 일기장, 새로산 책과 음악과 영화로 가득한 아이폰이 있으니 혼자 떠나는 여행이 그리 쓸쓸하지는 않을테니...
그렇게 또 하나의 발자국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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