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 2010년 10월 05일 화요일
관람장소 : 스폰지 하우스 광화문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발길이 멋대로 향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옥희의 영화>. 솔직히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선균 배우님 때문에 조금은 보고 싶다 했을지도..
그리고 홍상수 감독이 아니었다면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이토록 가볍지도 못했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네임밸류에 휘둘리지...
그냥 나에게 홍상수 감독은 유명한 감독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갖고 있는 감독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올바른 비평도 진실한 감정의 감상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냥 그랬었던 것 같다. 중고등 학교 때인가 어느 영화 프로그램에서인가 촬영 전에 바로 즉흥적으로 대본을 적어주는 감독으로 리얼리즘 어쩌구 저쩌구로 소개한 것을 보고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그리고 멋 모르고 좋아한다는 표현을 썼을 지도... 제대로 작품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그 다음 기억은 대학교 시절 수업 시간이었던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페미니즘에 반하는 남성주의 관점의 영화라는 비평으로 발표를 했던 기억이...

그러면서 내가 단 한 번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고, 나의 감상이란 그저 타인의 평가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홍상수 감독을 좋아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감독님의 작품을 보자고 생각했다.
모든 감상과 평가에서 벗어나 일단 작품을 보자. 그리고 영화관에 가서 제대로 본 작품이 <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재밌게 보기는 하였으나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아마 당시에는 지식인의 허위에 대한 비판의식을 느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다음에 본 영화가 <하하하>. 이 영화는 정말 재밌게 봤다. 사진이 중간 중간 들어가는 구성이나 두 남자의 이야기가 교묘하게 얽혀있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정말 소소한 웃음이 가득했다. 이 때 처음으로 개인적인 평가를 내렸던 것 같다. 이야기꾼인 것 같다 라는...

그리고 <옥희의 영화>. 옴니버스처럼 4개의 각각 다른, 그러나 하나로 관통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는 충분히 재밌었다. 엉뚱해 보이고 갑작스러뤄 보이는 <폭설 후>의 사제 지간의 질의응답으로만 이뤄진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을 제외하고 조연이나 단역들의 연기는 정말 상업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어설픔이다. (뭐 이 영화를 상업 영화라고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그리고 확실히 친절한 영화는 아닌 듯 싶다.

이게 매력일 수도 있지만, 만약 이 영화에서 홍상수 감독이라는 이름 석자를 빼도 나는 이렇게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아마 이 정도까지의 좋은 느낌보다는 아쉬웠던 점을 주저리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문득 홍상수 감독이 매우 부럽게 느껴 졌다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로 영화 감상은 끝!!!!!

아!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 붙이자면 나는 이선균 배우님이 좋구나 ㅋㅋ 에헤라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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