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도 마찬가지 이지만,
일드 역시 작가가 흥미로워야 작품에 눈이 간다.
연출이나 배우도 중요하지만,
누가 뭐래도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작가니까.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일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좋아할 작가라는 사실이 조금 분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노지마 신지' '쿠도 칸쿠로' '미타니 코키'
내가 좋아하는 세 명의 일본 작가이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노지마 신지와 그의 신작 <GOLD>에 대해 주절거려보려 한다.

노지마 신지와는 도모토 쯔요시 때문에 보게 된 <인간 실격>이 첫 만남이었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95년에 그렇게 우울하고 충격적인 드라마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지메, 살인, 학교 폭력, 체벌, 동성애.
어쩜 이럴 수 있는 것인지.
일본이 아무리 개방되었다고 해도.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가감없이 해 나갈 수 있는 노지마 신지가 신기했다.
그리고 단순히 자극적인고 말초적인 소재가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 자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고 해야 할까.
너무나 우울 했지만, 있을 수 있는
하지만 누구도 보려하지 않는 현실일 수도 있다는 것이 매력을 품게 했다.

불행히도 노지마 신지의 작품을 모두 찾아 보지는 못했다.
특히 유명한 드라마는 더욱 더.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말하자면 우선 <립스틱>.
여자 교도소 이야기라는 소재도 좋았지만,
예술에 대한 관점이 좋았다.
예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 드라마였고,
내가 드라마를 쓰는데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러브 셔플>과 마찬가지로.
러브 셔플이 이야기하는 본질에서는 조금 차이가 나지만,
러브 셔플에 나오는 죽음에 대한 갈망인 타나토스와 삶에 대한 갈망인 에로스에 대한 이야기는
꽤나 <립스틱>과 연결이 되어 있다.
<러브 셔플>같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장미 없는 꽃집> 처럼 보기는 했으나 큰 자극은 없었던 드라마도 있다.
<GOLD>도 아직까지는 <장미 없는 꽃집> 정도의 느낌이다.
아, 그것보다는 조금 좋을지도.

우선, 말이 너무 많아졌다.
나는 말로 모든 걸 설명하려 드는 드라마 혹은 영화가 싫다.
드라마나 영화 모두 말이 아닌 다른 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이니까.
대사로 전달되는 주제 의식은 조금 거부감이 든다.
<GOLD>의 경우, 주인공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강의 장면과 설교가 너무 많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을 통해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말하고 있다는 것.
(이는 우리 나라에서는 김수현과 비슷한 느낌이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왠지 노지마 신지의 가치관(정치관 및 세계관, 심지어 교육관까지도)을 엿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드라마를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거.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오른 작가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튼 이런 단점인지 장점인지 모르는 것을 포함해서도 <GOLD>는
(쿠도 칸쿠로에게는 미안하지만) <자만형사> 보다는 흥미롭다.
특히나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드는 재주.
주인공은 분명 매력적이다.
자식들에게 스파르타식 교육을 강요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처음에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는 말이 구구절절 옳고, 나쁜 걸 바로 잡기까지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착 등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어 지는 부분들도 많다.
가문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자식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것인가.
근데 그런 나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사람들이 드라마에 등장한다.
엄마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GOLD>를 보고 있으면 옳고 그름에 대한 경계가 조금 무너진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하는 것인지 고민이 생긴다.
이게 아마도 <GOLD>의 매력인 듯 싶다. 
<GOLD>의 결론을 보고 나면,
나도 뭔가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이 드라마에 대해서.

뭐. 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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