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정보 : 2007년 11월 3일~2008년 1월 26일 방송종료
출연진 : 오카다 준이치, 마키 요코, 츠츠미 신이치, 야마모토 케이

요즘 또 일드에 빠져가고 있다.
1회를 제외하고는 한 편당 50분을 넘지 않고, 게다가 11회면 끝나니까 일단 보기가 좋다.
그러나 예전만큼 푹 빠져들거나, 나를 미치게 만드는 드라마가 없었다.
자꾸만 스킵을 하면서 보고 싶고.
하지만, 오늘 스킵을 거의(완전히는 아니다) 하지 않고, 본 드라마가 있다.
바로 <SP-security police>!
왜 다운 받아 놓았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다운 받은지가 오래되었다.
형사물이나 탐정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이 드라마도 배경이 경시청인 듯 하여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1회를 스킵해가며 본 결과, 이거~ 이거~ 이거~
집중할만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1회 부터 다시 시작!

우선, 소재 자체가 그냥 단순한 경찰의 이야기가 아닌,
국정에 관련된 국내외 VIP의 방패가 되는 경비부(?) Security Police에 대한 것으로, 조금 신선했다.

드라마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특수한 능력을 갖게된 오카다 준이치가 SP에 오면서 시작한다.
1회의 경우에는 그냥 단순하게 VIP의 방패가 되어 움직이는 벽으로,
 때로는 목숨을 희생해 그들을 막아야하는 기존 SP와 달리,
직접 범인을 사전 검거하는 이노우에(오카다 준이치)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같은 경찰 안에서도 무시받는 SP에 대한 다른 접근.
그 신선함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노우에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드라마는 스토리에 힘을 받는다.
이노우에는 어린 시절, 정치가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꾸민 자자극 때문에 눈 앞에서 부모를 잃었다.
어린 이노우에를 안고 걱정하는 듯하면서 안도의 미소를 지은 그 정치가가 지금,
이노우에가 보호해야 하는 총리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아, 여기서 갈등이 생기겠구나.
과연 이노우에가 복수를 하기 위해 SP를 선택한 것일까,
마지막 총리에게 테러가 생겼을 때, 이노우에는 총리를 보호할 것인가.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그 감정선이 아슬아슬 사람을 긴장시키는 게,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맛본 긴장이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비극의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청소년이
SP의 계장으로 있는 오가타 상(츠즈미 신이치).
어린 시절 이노우에의 비극을 목격한 오카다상은
SP로서의 이노우에를 아끼고 지지해준다.
오카다가 이노우에를 아끼는 것이 처음에는
그게 그저 그 당시 사고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회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줘서 좋다.
이노우에 군이 SP로 온 후로, 여러가지 테러들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테러들을 이노우에 군은 훌륭하게 막아낸다.
그리고 오가타 상은 테러들에 맞서 좀더 SP가 강해지기를 원한다.
수사력을 확보하고 좀더 강력한 SP가 되어 테러를 저지하기를 바란다.

그랬던 오가타 상이 마지막 회에
테러리스트를 자극하여, VIP들의 일정을 알려줬던 인물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쇼크.
그는 왜? 왜 그래야 했을까?

드라마의 마지막까지 이노우에 군은 권력을 위해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총리를 보호한다.
몇 번을 마음 속으로 소리쳤다.
저런 놈은 죽어도 돼.
저런 놈을 보호한다는 거 말도 안 되잖아.
저런 놈을 보호해야만 하는 거야?
라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테러는 정당한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당한 권력을 향한 테러라면 정당할 수 있는 거 아냐?
그래도 변하지 않는게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권력을 그대로 둔다면 그거는 정말 억울한 세상이라고.

그래서 상이 테러리스트를 자극한 인물인 것을 알았을 때는,
권력에 대한 대항으로 생각해서, 이거 이거 이거 대박인데.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오가타 상은 테러리스트에 대비할 수 있는 좀더 강력한 체제와 기반을 잡기 위해
그 일을 꾸민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소개나 다른 블로거들의 리뷰를 봐도, 우선은 이게 맞다.
좀더 SP 다운 경호 체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만든 작전이라는 게)
그렇다면 테러리스트에 대한 대항이라기 보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조직에 권력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자 나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중간 중간, SP에 대한 편견이나 대우를 보면서 분노했다.
자신의 목숨을 받쳐서라도 중요 인사들을 보호해야 하는 그들의 업무가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필요에 의해 사건을 조작하거나 증인을 보호하고,
그 증인이 필요없게 되었을 때 바로 버리는 윗대가리들에 의해 정말 심하게 분노했다.
그런 사람들은 테러를 당해도 싸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상 SP들이 보호해야 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이니까.

오가타 상은 과연,
권력에 대항하고 싶어 테러리스트들을 조작한 것일까?
아니면 SP가 좀더 강해져야한다는 생각으로 테러리스트들을 조작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 역시 SP가 권력을 갖기 위한 테러에 불과한 것 아닐까?

아마도 오가타 상은 SP가 테러에 대항할 수 있는 좀더 강력한 힘을 갖기를 위해 그런 일을 했을 것이다.
더불어 권력에 경고 하기 위해.
나는 이 두가지 모두를 위해서라고 밖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믿고 싶다.
영화판을 보고 싶은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생각할 게 많은 드라마이 관계로 꽤나 긴 이야기가 되었다.
가볍게  몇 마디 더 지껄여보자면,

첫째, 오카다 준이치.

처음 느낀 그대 모습은~~~~~!
쟈니스인 V6의 멤버.
느끼하지만 꽤나 잘생긴 얼굴로 유명.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은 활약.
이 정도였다.

내게는 뭔가 진지하고, 조용한 이미지였는데
단 두 편의 드라마로 완전 그 이미지가 깨져버리고 말았다.
<키사라즈 캐츠아이>와 <타이거앤드래곤>.
뭘 먼저 보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오카다 준이치군 이런 모습이었어!!!! 하면서 엄청 놀랐던 것만 생각이 난다.
코믹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배우라니!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 또 오카다 준이치군은
재미있고 유쾌한 캐릭터로만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수트를 입고, 현란한 액션을 보이는 SP요원 오카다 준이치가 왜 이리 멋져보이는 건지.
생각지 못했던 모습에 호감도가 업!!! 되었는지도 모른다.
오카다 준이치의 멋진 모습을 봤다는 것이 즐거운 드라마 였다.

두번째는 클래식

기본적으로 클래식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SP>에 쓰인 음악들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범죄(드라마 상에서는 테러이지만)라는 소재와 클래식이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오죽하면 그래, 테러 장면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 클래식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과 소재가 적절히 어우려져 독특한 SP만의 분위기를 형성했다.
고급스러운 음악과 영상들이,
꽤나 신경쓴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어 기분이 좋았다.

간만에 기분 좋은 드라마를 보게 되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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