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게으르고,
내가 얼마나 나태한지,
말하지 않아도,
쿡쿡 쑤시지 않아도 알고 있다.

하지만 더 우습고 우스운 것은
이 당연한 사실을
나와 내 가족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항상 꿈꾸고 있는 아이.
항상 성실한 아이.
항상 밝고 긍정적인 아아.
항상 희망찬 아이.

우습다.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내가
이토록 머나먼, 거리라는 것이.

하지만, 그렇게 만들고,
그렇게 보이도록 행동하는 것은 나의 가식이며, 나의 위선일테니,
나를 그렇게 평가하는 이들에게

"당신이 잘못이에요"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분이 좋다.
아무것도 없는데 기분이 좋다.
불확실한 미래.
그런데도 기분이 좋다.

4월 중순에서부터,
정확하게 내 생일  이틀전인 4월 17일부터 시작된 우울증은
석가탄신일 전날인 5월 20일까지 계속되었다.

스스로 컨트롤을 잘한다고 여겨왔던 나였기에,
감당할 수 없는 우울 속에서 내 스스로가 위험함을 느꼈다.
하지만 한달간의 우울함은
또 타고난 성격의 힘으로,
혹은 주위 사람의 따뜻한 손길로,
혹은 일을 그만둘 결정을 함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겨버림으로써 멈출 수 있게 되었다.

우선, 글을 써야 겠다고 생각했다.
5월 21일 석가탄신일을 맞이해 방영되었던 법정 스님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문득 법정 스님이 이토록 비종교인에게까지 잘 알려진 사람이 된 이유는
자신의 사상과 생각을 <무소유>라는 글을 통해 써내려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이해인 수녀 역시 마찬가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수녀님이 비종교인인 이들에게도 유명할 수 있는 이유는 시를 썼기 때문.

그러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쉽지 않았다.
MBC 단막극 공모전도 그냥 그렇게 날려버렸다.

J 감독님의 영화 막내 연출부가 되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했지만,
현실의 벽만 느꼈고,
제주도의 C 영화관의 슈퍼바이저에 지원했지만 1차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전 D 영화사의 한국 영화 컨텐츠 기획팀에 지원한 것도 그대로 패배.
근데, 아직 기분이 나쁘진 않다.
이상하게.

7월 말이면 회사를 그만두고,
8월 중순까지 MBC 연속극 공모전과 KBS 단막극 공모전이 남아있고,
S 영화사에 마케팅 팀 채용 공고가 또 났다.
그리고 전라도 여행을 준비하고 있고.

모든 게 신난다.
물론 지금 현재 일이 미치도록 하기 싫다는 게 문제이지만.
어찌되었든.
모든 것이 괜찮다.
무엇을 먼저해야 할지 모를 정도.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전라도 여행.

원래는 S 영화사 지원이 일순위가 되어야 하고, 드라마 공모전이 2순위가 되어야하는데..
지금 머리속에는 오로지 여행에 대한 생각뿐.
나는야 어쩔 수 없는 역마살이 있나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핑계뿐인 거 알지만.
이 공간을 좀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
내가 본 공연들,
내 하루 하루의 감정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잊고 싶지 않는,
기억하고 싶은 순간순간들을
새겨 놓는 곳이 이 곳이 되었으면 한다.

그게 맥주 두 캔을 마시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마음!
아, 날이 매우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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