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네마가 폐관되었다.
알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주,
정확하게 요일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니 금요일이었나보다.
토요일에 영화를 한 편 볼까하고,
시네큐브, 미로스페이스, 스폰지하우스 그리고 중앙시네마를 검색했었다.
결국 낙점된 영화는 시네큐브에서 상영 중인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그리고 오늘 아침,
또 다시 검색을 하다 이제서야
지난 5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중앙시네마가 폐관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네큐브처럼 운영사가 바뀐 게 아니라,
아예 폐관.
스폰지하우스 압구정점이 없었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느꼈던 것만큼의
당혹감, 혹은 슬픔이 밀려왔다.
아니, 슬픔은 아니었다.
나는 슬퍼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또 추억의 공간 하나가 사라져버렸다.

결국 CGV 군자에서 <시>를 봤다.
<시>.
얼마전에 읽은 시네21의 기사가 머리속에 아른 거렸다.
그러면서 <밀양>을 떠올렸다.
하지만 <밀양>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크레딧이 올라가자 옆에 앉은 여자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 가슴에 큰 울림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세 장면이 머리 속에 많이 남는다.
특히 배드민턴을 하는 미자의 모습.
코끝이 찡해졌다.
"영화는 이래야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운.
구태어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사람의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그런 여운.
그 여운이 있어
이 영화가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미자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때,
벽에 붙어 있던 그림.
영화적으로 그 것을 어떻다고 말해야할지는
내 짧은 소견과 지식으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알 것 같았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것은 마지막에 오버랩되는 미자와 소녀의 목소리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중앙시네마를 떠올린다.
<시>를 떠올린다.
그리고, 나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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