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진정으로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탈북자 연출의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초연 당시,
나는 이 뮤지컬을 굉장히 관심있게 지켜봤었다.
하지만, 당시 뮤지컬을 많이 보러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판 미스사이공, 그리고 정부지원사업!
이 두 가지에 이슈에 관심이 있었다.

한국판 미스사이공이라는 것에는 긍정의 관심이,
그리고 정부지원사업이라는 것에는 부정의 관심이.

특히나 정부지원사업에 대한 것은,
기사의 제목만 본것이었는데,
'정부가 민간 뮤지컬에 10억 투자?'
요런 뉘앙스였다.

제목에서부터 부정적이 냄새가 폴폴~ 풍겨 나오지 않는가.
뭐, 기사는 읽진 않았지만,
뭔가 느낌이 좋지는 않았다.

그런 사전 정보만 갖고 보게 된 <요덕 스토리>!
정말,,,,처음이었다.
1막만 보고 나오고 싶었던 뮤지컬은.

우선, 내용. 요덕 수용소.
북한의 인권 문제를 반영하는 사회적인 뮤지컬이라고?
그래, 그럴 수도 있다.
탈북자들의 실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우리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심각한 사회적인 의식을 갖게 되니까.
물론 다큐멘터리가 아닌 뮤지컬이라는 장르이지만,
'크로싱' 등의 영화에서도 다루는 장르니까.
보수파들의 시선은 아닐 꺼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반공 뮤지컬 까지야 될 게 없지 않느냐며 스스로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 외에 스토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북한의 인권,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다고 그 소재 하나로 인정을 해줘야 하는 것일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뮤지컬이라는 게 무대라던지, 음악이라던지, 이런 부분때문에,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약간 허술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도대체 두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포인트도 모르겠고,
그 감정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주인공들의 노래는;;;;;;
정말 후덜덜덜.
남자 주인공은 그래도 괜찮았는데,
이 사람 한 명 들을만 하구나....라고 생각하면 들려오는 실수;;;
게다가 배우들이 자신감이 결여됐다는 느낌이 드니까
내가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겠다.

<드림걸즈>를 봤을 때는,
정말 좌중을 압도하는 홍지민의 자신감에 무릎을 꿇고 말았었다.
홍지민이 노래를 잘 하는지 못하는지,
이런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저 배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
카리스마.
그냥, 나는 판단력을 상실한 채 '대단하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헌데, 요덕스토리의 배우들은.
너무나 불안해보였다.
앙상블 역시도ㅠ
노래를 알지도 못하는 내가 들어도,
중간 중간 튀는 목소리들.

극 형식 자체는
프랑스 뮤지컬을 많이 닮아있다.
네 명의 뭐라고 지칭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의 죽음처럼 나와서 주인공들을 둘러싸고 춤을 춘다.
대사로 극을 진행시키는 것을 최소화하고,
노래로만 진행하는 것도 그렇고,
아, 앙상블이 부르는 노래(이런 걸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중에는
노래와 군무가 <지킬앤하이드>에서 '살인'과 비슷한 것도 있었고.
무튼 그래서 조금 식상하는 느낌도 살짝.
하지만 노력했구나라는 느낌도 살짝.

무대도, 절대 대극장의 무대가 아니었다.
무대의 단촐함이라고 해야 할까.
뮤지컬 무대가 꼭 화려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너무 단조로웠다.

헌데, 문제는 2막이었다.
정말........
비 기독교 신자인 나에게는................................;;;;;;;;;;;;;;
이 뮤지컬은 완전 대한민국의 국교를 '기독교'로 만들어 놓았다.

인권이니 반공이니 왈가왈부해도
충분히 소재로서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종교 부분은 참.
할 말이 없었다.
월드 투어를 한다는데, 아마도 해외에서 이 뮤지컬을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기독교가 국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나마 잘 나가다, 정말 하느님을 부르짖으며 끝나는 마지막 넘버에서,
이 뮤지컬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이 사라졌다.

정부지원사업!
뭔가가 떠오르지 않는가.
기독교와 보수주의.

이 뮤지컬은 단순히 '뮤지컬'로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작품성을 인정받고 싶었다면, 혹은 대중성을 위한다면
정부의 지원을 받지 말았어야 한다.

내 시선이 정부지원이라는 단어에 가려져,
이 작품의 진정성을 파악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정부지원을 받으므로서 스스로의 진정성을 거부한 것이다.

그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순간,
그들의 의도는 다르게 변질될 수밖에 없기에.
그래서 나는 요덕스토리를 개인적인 취향 이외의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다.

P.S 사족을 달자면, 
      종교도 하나의 소재로 인정해줘야 하는 걸까?
      글을 다 쓰고 나서 살짝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중성은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아니, 아무리 몰라도
      사랑과 용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알리는 게 주 목적이라는 건,
      여전히 용납 불가능이다. 
  1. longforest 2010.02.26 19:32

    안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종교적인 이야기를 다룰거였으면 최소한 중립성은 지켰어야 하는 문제인듯. 쩝. 촌스럽고 맹목적이게 표현되어 있을 것만 같아 괜시리 얼굴이 화끈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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